우리나라 국민이 작년 한 해 질병진단·건강검진 등 목적으로 엑스레이·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의료방사선 검사를 1인당 평균 7.7건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계 평균의 12배를 넘는 것은 물론 미국, 스위스,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의 7배 수준으로 적정한 수준으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러 병원에 설치된 고가 의료장비 중 하나로 보건당국에서도 ‘의료 남용’을 의심하는 CT의 경우 검사 건수에 비해 방사선 피폭선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26일 공개한 ‘2023년 국민 의료방사선 이용 현황’ 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 국민의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3억 9894만건으로 전년대비 13% 늘어났다. 국민 1인당 당 평균 7.7건이다. 이들 검사로 인한 방사선 피폭선량은 전년 대비 14.3% 늘어난 약 16만man·Sv(맨·시버트)로 국민 1인당 3.13mSv(밀리시버트)였다. 맨·시버트는 다수가 피폭되는 경우 집단의 개인 피폭방사선량의 총합을 의미한다.
의료방사선 검사는 방사선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검사하는 영상의학검사다. 흔히 엑스레이 검사로 불리는 일반촬영 외에도 CT, 골밀도촬영, 치과촬영 등이 있다.
연간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2020년부터 매년 9%씩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 처음 1인당 7건을 넘어섰다. 글로벌 평균(2009~2018년 기준)인 0.6건보다 12.8배 이상 높다. 과거 자료이긴 하지만 1인당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스위스(2018년)와 미국(2016년)이 각각 1.1건, EU 36개국(2014년)이 0.5건이었다. 방사선 피폭선량도 매년 8.3%씩 증가하다가 작년 처음으로 3mSv를 넘어섰다. 암 발생 위험은 낮은 수준이지만 글로벌 평균 기준 0.57mSv를 크게 웃돈다.
의료방사선 검사 종류별 연간 검사 건수는 일반 촬영이 약 3억700만건으로 전체의 77.2%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은 치과촬영(11.3%), 유방촬영(5.4%), CT촬영(4%) 순이었다. 반면 피폭선량은 CT촬영이 전체의 67.3%인 약 10만9000man·Sv에 달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촬영(26.5%), 혈관촬영(2.3%), 투시촬영(1.9%) 등이 뒤를 이었다.
CT의 경우 고가의 영상의학검사 장비로 꼽힌다. 제5차 국민 보건의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인구 100만명당 CT 장비는 40.1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8대(2019년 기준)보다 상당히 많다. 질병청은 “영상의학검사 중 검사 건당 피폭선량이 가장 많으므로 적정 사용의 필요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의료방사선 검사를 진행했던 의료기관별로 분류하면 전체 검사의 40.7%가 의원에서 실시됐고, 종합병원은 28.4%, 병원 17.8%였다. 피폭선량 기준으로는 종합병원이 68.7%를 차지해 의원(17.3%), 병원(12.6%)보다 많았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인구 고령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국민의 의료방사선 검사 이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료영상진단 정당성 지침, 영상검사 진단참고수준’을 제공함으로써 안전하고 적정한 사용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2023년 국민 의료방사선 평가 연보’의 일환으로 실시됐으며, 질병청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방부, 대한결핵협회, 교육부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올해부터 조사 주기를 3~5년에서 매년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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