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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응급실 '환자 미루기' 심해져" 119 대원이 전한 의료공백 현주소

"응급실 방문했다가 허탕 쳐"

추석 연휴, 응급실 환자 2배 ↑

응급실 의료 공백은 악화일로

건대 충주병원 의사 7명 사직

일각에서는 "문제 없다" 주장

관계자 "상황 악화된 것 맞아"

은평 가톨릭성모병원에 구급차 한 대가 주차돼 있는 모습. 정다은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전국 전공의들이 집단 휴학에 나선 가운데, 현장 응급의학과 소속 의료진들도 업무 과중에 시달리다 못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병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자 진료를 받으러 응급실을 방문했다 허탕을 치고 발걸음을 돌리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 소재의 한양대학교 병원에서 만난 60대 유 모 씨는 “94세이신 아버지가 어제 저혈압 증세를 보여 건국대학교 병원에 가려다 입원을 거부 당해 한양대병원으로 왔다”라며 “입원실이 없다는 이유였는데, 나 또한 1개월 전에 안면마비 증세로 응급실에 가려다 퇴짜를 맞은 바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성북구 소재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만난 50대 남성 A 씨는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시고 갔다가 다시 돌아와 진료를 받으려 했는데, 퇴짜를 맞았다”라며 “병원 측에서는 다른 곳으로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완전히 난장판이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보건복지부 통계 등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연평균 발생량 대비 추석 연휴에는 화상이 3배, 관통상이 2.4배, 교통사고가 1.5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증 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분산하는 대책을 발표한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 경증환자 진료 불가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환자가 급증하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의료 공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공의들의 이탈로 업무 과중에 시달리던 응급의학과 소속 의료진들이 하나 둘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7명 전원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12시간씩 팀을 구성해 2교대 근무를 해오는 등 심적 부담감과 피로감이 누적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간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 또한 파업을 예고하면서 현장 의료공백 심화에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달 19∼23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찬성률 91%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오는 29일 오전 7시까지 조정에 실패하면 동시 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예고에 대해 “극단적 행동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평소와 비슷하다’며 의료 대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장 구급요원 등의 말은 다르다. 이날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만난 한 119구급대원은 “대부분의 병원이 조용한 분위기인데, 구급대원들이 전화로 미리 병원 측에 물어보고 응급실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점점 환자를 이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등 상황이 안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문제는 2차 병원에 전화하면 3차 병원으로 가라하고, 반대로 3차 병원은 심정지 환자만 받는다고 2차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등 ‘환자 미루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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