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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물든 황혼의 빛, 韓추상 계보를 잇다

◆김택상 개인전 '타임 오디세이'

아름답게 色 번지는 캔버스 연구

섬유전문가와 4년간 공들여 개발

내달 4일부터 리안갤러리서 선봬

"난 단색화가 아닌 추상미술 3세대"

김택상 작가가 26일 리안갤러리 개인전 ‘타임 오디세이’에 전신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지혜 기자




“한 번도 제 자신을 단색화가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건 미술사가들의 말일 뿐입니다.”

그간 ‘맑은 비색’을 품은 신비한 추상화로 김환기·박서보를 잇는 ‘포스트 단색화가’로 불린 김택상이 ‘단색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택상은 지난 26일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자신의 개인전 ‘타임 오디세이’ 기자간담회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저의 그림이 단색화인지 담화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다만 한국 미술계에 서식하는 작가로서 (한국 미술에서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브랜딩된 단색화가 더 잘됐으면 좋겠고 글로벌화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말 속에는 스승이자 선배인 단색화 화가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함께 자신을 ‘무엇’으로 정의하려는 세상의 잣대는 거부하는 자긍심이 동시에 담겨 있다.

김택상은 캔버스에 색이 스며드는 ‘물 빛 회화’ 연작으로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국내 대표 추상화가다. 그는 아주 적은 양의 물감을 물에 떨어뜨려 응축된 물감 알갱이를 다시 해체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을 제작한다. 은은한 색이 캔버스에 스며들고 또 다른 색이 켜켜이 쌓이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다. 물에 물감을 희석하는 방식은 그가 스승으로 모신 선배 단색화가들이 사용한 방법과 유사하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을 단색화 사조라고 표현하기 보다 ‘한국의 문화적 밈(유전자)’이라고 설명했다. 거부하려 해도 거부할 수 없는 한국화 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택상의 ‘A sky full of stars 24-2’. 2024, Water acrylic on canvas, 157 x 166 cm. 사진제공=리안갤러리




김택상의 ‘Flows 24-1’, 2024, Water acrylic on canvas, 72.5 x 70.5 cm. 사진 제공= 리안갤러리


이번 전시 ‘타임 오디세이’에서 작가는 자신의 이 같은 미술에 대한 모든 철학을 응축한 신작을 선보인다. 신작 ‘플로우(FLOW)’의 핵심은 캔버스와 빛이다. 많은 작가들이 사용하는 캔버스는 유화를 위해 만들어진 재료로, 수채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자신이 만든 ‘물에 희석한 아크릴 물감’이 가장 아름답게 스며드는 캔버스를 찾는 것은 그의 작업의 중대한 과제였다. 우연히 지인을 통해 만난 한 섬유전문가와 혐업해 지난 4년간 자신이 원하는 색을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캔버스를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그는 “수억 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R&D예산’”이라며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테크니션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롭게 개발된 캔버스는 물에 희석된 물감을 조금은 머금고 조금은 남겨두면서 은은한 빛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자신의 색을 ‘구조색’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색은 물감과 같은 색소색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색의 입자를 말한다. 작가는 “색의 입자에 빛이 회전하거나 반사되면 물색, 하늘색, 우주색, 황혼색과 같은 색이 탄생한다”며 “내가 관심있는 색은 손에 잡히지 않는 색”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 설치된 ‘블랑켓’이라는 장치는 그의 신작을 이전 작품에서 한 단계 나아가게 한 또 다른 비밀이다. 작품 뒤에 블랑켓을 설치해 작품이 벽에 붙어 있지 않고 벽과 살짝 거리를 두고 있게 한 것. 그리고 여기에 핀 조명을 쏴 캔버스가 머금은 다채로운 색을 발광 시킨다. 그는 “작품 속 색은 대단히 많은 구조가 시간차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 미세 공간에 빛이 들어가도록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계산해서 나온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택상은 최근 미술계가 추진 중인 근대미술관 건립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근대 미술관이 만들어진다면 한국적 추상 미술의 계보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김환기·유영국이 1세대, 윤형근·박서보·하종현이 2세대, 그리고 내 세대가 3세대”라며 “포괄적인 정리가 이뤄지면 (한국 추상 미술의) 담론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9월 4일부터 10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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