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의 40% 가량이 가상자산 탈취를 통해 마련한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관측이 나왔다. 한미 외교 당국이 공동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다.
세스 베일리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27일(현지시간) 외교부와 미 국무부 공공 주최로 미국 뉴욕 힐튼미드타운 호텔에서 열린 ‘북한 가상자산 세탁 차단 한미 공동 민관 심포지엄’에 참석해 “가상화폐 탈취는 북한에 비교적 새로운 수입원”이라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자금의 40% 이상이 가상화폐 경로를 통해 조달된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가상화폐 탈취를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안보 불안정을 가져오는 프로그램들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국무부 한국·몽골 과장을 겸하는 베일리 부대표는 현재 국무부에서 북한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최고위 인사다.
베일리 부대표는 블록체인 리서치업체인 TRM랩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 가상자산 탈취액의 3분의 1이 북한 해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면서 “올해는 탈취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TRM랩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킹에 따른 가상자산 탈취 규모는 13억8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억5700만 달러보다 2배 늘었다.
베일리 부대표는 “한국, 일본을 비롯해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의 행동을 제한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과 절차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일 외교부 한반도정책국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가상자산 탈취와 연계된 위험이 최근 어떻게 발전했는지 더 잘 이해하고 해킹, 사이버공격, 자금세탁 등으로부터 우리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를 논의할 것”이라며 “민간 부문의 지원과 협조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2022년(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및 2023년(북한 해외 IT 인력 대응)에 이어 세 번째 개최되는 한미 민관 심포지엄이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 외교부와 미 국무부를 비롯해 약 40개국에서 정부 및 민간 기업인사, 전문가 등 30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한편 이 국장과 베일리 부대표는 심포지엄 전날 한미 북핵차석대표협의차 만나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고 북한의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가상자산 탈취 외에도 △해외노동 △정제유 해상환적 등을 포함한 북한의 불법 자금을 차단하고 러북 밀착에 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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