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대규모 공격을 주고받은 후 중동전 확전 여부를 놓고 이란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 시기와 방식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면전 등 강경 대응보다는 협상·국지전 등 소극적 대응을 택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이란의 반관영통신 타스님에 따르면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순교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피에 대한 ‘저항의 축’과 이란의 복수는 확실하다”면서 “이란은 스스로 복수를 결정할 것이고 저항의 축은 각자 독립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직접적인 공격 외에 별도로 대리 세력들의 개별적인 공격이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국방부도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에 의한 이스라엘 공격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올 4월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당시 이란은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300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 공습에 나섰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에 막혀 무력화됐다. 소모적인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대리 세력을 통한 해상 무역 방해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저항의 축’ 중 강경 노선을 밀어붙이고 있는 예멘의 후티 반군을 통한 공격이 단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후티 반군의 국방부 장관인 모하마드 알아티피는 “시온주의자 적의 범죄에 대한 지하드 축과 저항의 대응이 다가오고 있으며 불가피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확신시키고 싶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보복 실행 여부를 미국 등 서방국들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개혁주의자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 완화를 위해 핵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최종 결정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이란 국영 TV를 통해 “이란 정부가 적과 논의하는 데 장벽이 없다”며 미국과의 핵 협상 추진을 시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들이 내놓은 일련의 발언을 두고 이란이 4월 이스라엘에 미사일·드론 수백 발을 날린 것과 같은 강경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마하 야야 카네기재단 중동센터 소장은 “이란은 매우 실용적”이라며 “이번 사태를 어떻게 이용해 이익을 볼지 궁리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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