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은 28일 광복절에 KBS에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오페라 ‘나비부인’이 방영된 것과 관련해 국회에서 공개 사과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2023년 회계연도 결산 심사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박 사장에게 “기미가요가 다른 날도 아니고 광복절, 국민의 방송 KBS에서 전파를 탄 데 대해 이 자리에서 국민들께 사과해라”고 했다.
이에 박 사장은 “이유야 어쨌든 광복절 아침에 기미가요가 연주되고 기모노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오페라를 편성한 것은 불찰”이라며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다만 “친일하기 위해서 광복절에 의도적으로 그런 방송을 편성하지는 않았다”며 “기미가요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그 내용의 전체적인 작품의 주제나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를 보면 그걸 틀어서 친일하겠다고 하면 미친X”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5일 KBS는 오전 12시 지난 6월 서초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오페라 ‘나비부인’의 녹화본을 방송했다. 나비부인은 1904년 초연된 극으로, 개항기의 일본의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1막에서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연주된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KBS의 ‘나비부인’ 방영을 비판하면서도 그 원인을 두고선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여당 의원들은 제작진의 실수였다는 점을 부각했지만, 야당은 KBS가 ‘친일·매국 방송’이 된 것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박 사장에게 “공영방송이 편성에 소홀했다는 부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노래를 한국인 단원이 한 것이고 길어봐야 9초, 6초였는데 친일 방송이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억울해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당 최수진 의원은 “2014년 JTBC, 2015년 MBC도 기미가요를 방송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며 “앞으로 공영방송에서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히 조심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KBS 공영방송에 나온 그 사실 하나만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국민의 방송 KBS가 ‘땡윤 방송’도 모자라 매국 방송, 독재 미화 방송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KBS가 광복절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을 방송한 것도 독재 미화에 해당한다며 “영화에선 이 전 대통령 하야를 '위대한 결단'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러면 4·19 혁명으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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