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이 인수를 추진 중인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에 대한 13억 달러(약 1조74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 3월 인수에 반대하는 전미철강노동조합(USW)과 정치권에 제시했던 14억 달러의 추가 투자 약속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이날 US스틸의 고로 일관제철소 두 곳에 대한 13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펜실베이니아주 몬밸리 제철소의 제철 열연 설비 신설이나 보수에 최소 10억 달러를 투자해 이곳을 수십 년 이상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인디애나주의 게리 제철소에는 약 3억 달러를 투입해 고로를 개보수, 가동 연한을 20년 더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는 중장기적인 투자 지속 의지를 내비쳐 인수 계획에 반대하는 USW 등을 설득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일본제철은 올 3월 US스틸에 14억 달러의 투자를 발표했지만, 당시 구체적인 투자처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13억 달러의 투자 중 일부는 기존 발표분과 중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다만 기존 발표가 2026년까지의 투자 계획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발표에서는 27년 이후에도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일본제철의 모리 다카히로 부회장은 "모든 이해관계자와 미국 철강업계를 위해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성장·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15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US스틸 주주들도 압도적으로 찬성했으나 USW가 반대 입장을 표하며 난관에 부닥쳤다.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강력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이 이슈를 미국 내 일자리, 산업 등과 맞물린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켰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우려를 표명하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본제철은 이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이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되기 전으로, 당시 일본 언론에서는 일본제철이 트럼프의 재선 확률을 높게 보고 이 같은 움직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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