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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번아웃'에도 의료개혁 의지 재확인한 尹…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 박차

상급종합병원 중증·필수의료 중심

필수의료 보상 위한 수가 개편 예상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도 확정

의료계는 "국민이 직접 현장 체험해보라" 반발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한 환자가 들것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의대증원은 마무리됐다”며 반년 넘게 이어지는 전공의 집단사직 속에 불거진 의료공백에도 의료개혁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병원 응급실을 중심으로 의료진이 ‘번아웃’으로 잇따라 사직한데 따른 공백에도 “비상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선언한 꼴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공의 복귀에 매달리는 대신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필수·지역의료를 강화하는 쪽으로 의료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도 역점을 둘 전망이다. 하지만 권역응급의료센터조차 인력 상황이 ‘법적 기준’을 겨우 충족할 정도로 응급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의료개혁 드라이브에 힘이 어느 정도로 실릴지는 미지수다. 의료계는 여전히 내년도 의대정원 증원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진통이 계속될 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정브리핑에서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의료개혁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향후 5년간 최소 10조원의 재정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28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30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확정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중증·필수의료에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시범사업의 구체적 실행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40%까지 차지하던 전공의 비중을 20%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PA 간호사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간호법 제정안도 국회를 통과한 만큼 정부 정책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또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수가(의료서비스의 대가) 체계를 조정하고, 중증 수술 1000여개를 선별해 수가를 과감히 올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해 필수의료 분야에 적용할 ‘공공정책수가’를 마련한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도 조만간 확정한다.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기 위해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환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법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을 도울 가칭 ‘환자 대변인’도 도입한다. 필수진료 과목을 대상으로 의료사고 배상 보험료를 지원하고, 의료사고 형사 특례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29일 대전의 한 요양병원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재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뉴스1


정부가 최근 급속히 번지는 응급실 과부하 등 의료공백이 커짐에도 이처럼 의료개혁을 향한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의료계와 마찰은 계속될 전망이다.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졌으며, 그 공백을 메우는 의료진은 육체적 한계에 다다르며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이 나아지기는 당분간 어렵게 됐다.

윤 대통령의 인식은 의료현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에 “의대증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을 말하는 것 같다.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답한 데서도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정부도 노력하고 국민들께서 강력 지지해주면 의사들 다 돌아올 때까지 이런 비상 진료체계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 복귀 기회를 완전히 날리는 것”이라며 “당장 수술한 환자의 필요한 조치도 힘든 상황을 용산이 아는지, 이 환자를 용산으로 데리고 가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한 ‘빅5’ 병원 비대위원장도 “한국 의료시스템은 난파됐다”며 “아무리 돈을 쏟아붓는다 해도 의미 없는 탕진이다. 필수 바이탈 진료과의 명맥 단절 후폭풍은 수습하기도 어려울 텐데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는 이날 일일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대통령 말씀대로 직접 의료현장에 가보고 판단해 달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들이 직접 판단하시라. 오늘 대통령 말씀대로 의료현장에 직접 가보고 의료 영리화를 향해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윤 정부의 깊은 뜻을 잘 헤아리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채 이사는 정부가 이전부터 차근차근 비급여 청구 대행, 의대 증원, 간호법, 수도권 신규 6600병상 등 의료영리화를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려 값싸고 질 좋던 한국의 현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더 이상 환자들이 버티지 못하게 되면 영리화된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며 “그 마지막 단계를 윤 대통령은 어떤 지도자보다 빠르게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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