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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는데…터지면 둘중 하나는 죽는다” 무슨병? [건강 팁]

■한영진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교수

대동맥류의 75% 차지…터지면 절반은 사망

크기·증가 속도·증상 등 고려해 치료방법 결정

흡연은 알려진 핵심 위험인자…진단시 금연 필수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캡처.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대동맥은 심장의 왼쪽 심실에서 시작해 배, 다리 등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굵은 혈관이다. 그 중 배에 위치한 복부 대동맥의 혈관이 늘어나 정상보다 굵어진 상태를 복부 대동맥류라고 부른다. 보통 동맥이 부풀어 정상 굵기보다 1.5배 이상 확장돼 있다. 대동맥류의 약 75%는 복부 대동맥에서 발생한다. 복부 대동맥류가 있어도 환자가 자각할 만한 특별한 증상은 없다. 하지만 파열되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거나 병원에 도착해도 사망률이 약 5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복부 대동맥류는 퇴행성 변화에 의해 혈관벽이 약해져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흡연도 가장 큰 위험인자 중 하나로 지목된다. 복부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복부와 등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저혈압 등의 증상과 함께 급속하게 쇼크 상태로 진행되며 동맥류 안에서 혈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와 다리로 내려가는 혈관을 막는 색전증이 나타나면 급성 하지 허혈로 인해 하지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정상 복부 대동맥(왼쪽)과 복부 대동맥류(오른쪽)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사진.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일반적으로 복부 대동맥류의 크기가 5~5.5cm 미만이면 혈관이 터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대동맥이 더 팽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과적 치료를 시행한다. 복부 대동맥류의 크기가 5.5cm보다 크거나 빠르게 증가하는 경우, 복부에서 박동감이 느껴지는 등의 증상이 동반돼 파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복부 대동맥류의 치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수술적 치료법인 ‘인공혈관 치환술’이다. 가슴뼈부터 배꼽 아래까지 길게 이어지는 대동맥류 부위를 절개한 다음 인공혈관을 삽입해 그 부위를 대체한다. 두 번째는 시술적 치료법인 ‘혈관 내 스텐트결합 인공혈관 삽입술’이다. 환자의 사타구니 대퇴동맥을 통해 두꺼운 관을 동맥류까지 넣고 인공혈관으로 둘러싸인 스텐트를 대동맥류 부위에 삽입한다. 스텐트를 둘러싼 인공혈관이 동맥류의 혈관벽으로 혈압이 전달되지 않고 혈관 안으로만 혈액이 흐르도록 돕는 방식이다.

각각의 치료방법은 장단점이 다르다. 수술은 절개 범위가 넓다보니 환자 입장에서는 시술보다 통증, 출혈 등의 부담이 크다. 하지만 반영구적인 치료방법인 만큼 한 번 시행하면 잦은 검사나 진료가 불필요하고 재발 위험도 거의 없다. 시술은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고 수술 고위험 환자에게도 가능하다. 하지만 스텐트 밖으로 혈액이 누출되거나 스텐트가 이동하면 동맥류가 다시 커질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검사 및 진료가 필요하다. 합병증이 발생하면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각 치료의 장단점을 고려해 기대 수명이 10년 이상 남은 환자에게는 시술보다 수술을 권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수술보다 시술적 치료가 더 많이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대동맥을 수술하는 혈관외과 의사가 많지 않은 것도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여진다. 서울아산병원은 대동맥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대동맥질환센터를 운영 중이다. 혈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협진해 복부 대동맥류의 크기와 양상, 위치 등을 고려한 환자별 최적의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파열 등 응급상황에 대비해 신속한 진단과 동시에 바로 수술까지 연결되는 24시간 응급 프로세스도 갖췄다. 그 결과 복부 대동맥류의 수술과 시술이 각각 절반 정도의 비율로 시행되고 있다.



복부 대동맥류는 파열되기 전까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보니 대부분의 환자들이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병으로 검사를 받던 중 우연히 발견한다. 의료진으로부터 ‘언제 터질지 모르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많은 환자들이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루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번 늘어난 대동맥류는 약물이나 보존적 치료로 다시 줄어들게 할 수 없다. 다행히 복부 대동맥류는 진행이 빠른 병이 아니다. 당장 파열되는 일은 흔치 않으니 당황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차분히 검사와 진료를 받으시길 권한다. 복부 대동맥류를 진단 받아도 6개월에서 1년마다 주기적으로 진료를 잘 받는다면 크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흡연은 동맥류의 발생과 진행의 위험 인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이 필요하다.

한영진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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