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금껏 딥페이크 범죄 10건 중 6건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성 착취 행위가 수반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1일 뉴스1이 최근 3년간 선고된 딥페이크 범죄 관련 1심 판결 10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6건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양형 사례를 살펴보면, 제주지법은 2022년 4월 28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등),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허위영상물편집·반포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7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딥페이크 성착취 영상물을 홍보·판매하는 텔레그램 채널 여러 개를 직접 운영하며 미성년자·성인 여성 연예인의 사진을 합성한 다수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배포했다. 구독료 명목으로 인당 매달 10~30달러를 받아 약 661만 원을 챙겼다.
재판부는 딥페이크 범죄의 폐해를 지적하면서도 "이 사건 아동·청소년성착취물과 허위영상물은 모두 음란한 사진에 대상자들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어서, 제작 과정에서 실제 대상자에 대한 성 착취 행위가 수반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아동·청소년 등 대상자를 직접 촬영한 사진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법익 침해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A씨가 범행과 책임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과 수사 과정에서 다른 관련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협조한 점, 범죄수익이 모두 환수될 것으로 보이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 하한은 징역 7년이었다.
이렇듯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해 '실제 성 착취 행위가 수반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양형기준 하한보다 낮은 형이 선고됐다. 또 연령과 형사처벌 전력 등 다양한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 많았다. 피해자는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인은 물론 지인, 같은 학교의 여학생, 친척 등 피고인의 주변 인물인 경우도 있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해 양형기준을 높이고 피해가 '제한적'이라는 법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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