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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라스트 마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경제DB




올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들은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완화)의 ‘라스트 마일(last mile)’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물가 추세가 막바지에 접어든 국면에 자칫 방심하면 물가 안정 기조로의 진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한국은행도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물가 마지막 단계에서는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이 상존하는데 관리에 소홀하면 다시 물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며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기 진입에 실패한 사례를 보면 라스트 마일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라스트 마일은 원래 사형수가 사형 집행 장소까지 걸어가는 거리를 의미한다. 마라톤 등 스포츠 경기에서는 결승점 도착 직전의 최종 구간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인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유통업에서 라스트 마일은 주문한 물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금융시장에서는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한 마지막 구간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최종 구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담아 자주 사용한다.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목표치는 연 2%다.



글로벌 경제를 짓눌렀던 물가 상승 기조가 한풀 꺾이자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정책 조정 시기가 왔다”며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중앙은행(BOE), 캐나다중앙은행(BOC)은 이미 기준금리를 낮췄다. 우리도 물가 상승률이 2%대를 유지해 금리를 내릴 여건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급증하는 가계 부채와 치솟는 집값 때문에 정책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글로벌 통화 정책의 방향 전환(피벗) 흐름 속에서 한국만 나 홀로 금리를 인하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한은이 정교한 통화·재정 정책 조합을 모색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라스트 마일을 무사히 통과해 경제 연착륙에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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