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을 두고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정 갈등에 대한 해법으로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들고나온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당내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와 대통령실의 의정 갈등 해법을 둘러싸고 당내에서도 친윤계와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계파 간 신경전이 촉발되고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결정된 의대 증원 계획을 바꾸면 오히려 혼선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결정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집권 여당과 정부가 한목소리로 같이 가야 한다”고 한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정광재 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정부의 의료 개혁에 동의할 만한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불편은 최소화하고 불안감을 줄이면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개혁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입장 차는 현 의료 대란에 대한 심각성을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의료 공백 사태가 추석 연휴 등을 지나며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현 의료 공백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2026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의료 개혁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역에 차별 없이 공정하게 보장하기 위한 개혁”이라며 의료 개혁 완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 연찬회에서도 한 대표의 의정 갈등 중재안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친윤계 대표격인 권성동 의원은 연찬회 특강에서 “대통령 따로 가고 당 따로 가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예가 단 한 번도 없다”며 “(한 대표가) 설득해야지, 그냥 말 한마디로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 대표를 저격했다. 한 대표는 이날 권 의원의 특강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갈등’ 프레임은 본질을 가리려는 시도”라며 “‘지금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험에 처해 있는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지’라는 본질에 대해 정면으로 말해야 한다”고 적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당내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대표 입장에서 의견을 전달했으니 추후 논의를 통해 정리될 것”이라고 애써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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