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통일 후 얻을 수 있는 것이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세계평화와 동북아시아 안정에 크게 기여해 중국과 일본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을 설파해 공감대를 이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국제한반도포럼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윤석열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에서 언급함에 따라 통일부가 2010년부터 연례적으로 개최해온 1.5트랙 국제회의인 ‘한반도국제포럼’을 확대․발전시킨 것이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중국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의 군사전략적 가치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치우쳐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의 인식과 우려는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한미 동맹이 중국과의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평화와 안정 속에 구축되는 통일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균형감각을 지키며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외교당국, 경제사회단체 등에서 노력하고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통일 이후에 외교, 군사분야는 물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아우르는 한미 동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이러한 여정 속에서 가장 큰 장애는 대한민국 자체 내의 극심한 국론 분열”이라며 “차이를 극복하고 통합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우리 스스로 힘을 키우기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과학기술 초격차를 유지해 나가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 국내 소비가 부진하고 막대한 지방정부 채무와 부동산 문제 등으로 '피크차이나'에 도달했다는 주장도 있다"며 “하지만 첨단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전기차 및 배터리, 태양광 패널,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짚었다. 반 전 총장은 “반도체 분야에서도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은 미국과 유럽, 한국 경제에 상당한 위협과 부담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 전 총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한보다 한국과의 관계를 더 발전시켜야 할 중요한 이익이 있다”며 “그래서 우리도 한러 관계도 현명하게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전쟁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는 러시아이지만 전후에는 경제가 발전한 한국과의 협력이 다시 중요해질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lassic@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