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1일 대반전이 일어났다. 포항에서 330㎞를 진격해 강원도 양양을 수복한 우리 육군 제3보병사단이 이날 국군 부대 중 처음 38선을 돌파한 것이다. 9월 15일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대반격의 기회가 열리자 이승만 대통령은 단독으로 국군 북진 명령을 내렸고 3사단이 그 선봉에 섰다. 휴전 후에도 통일 의지를 내려놓지 않았던 그는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10월 1일을 ‘국군의날’로 지정하는 대통령령을 내려 1956년 9월 21일 공포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괴담성 주장이 최근 우리 사회를 떠돌고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1910년 10월 1일에 조선총독부를 설치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국군의날=조선총독부 건립일’이라는 왜곡 글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올해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윤석열 정부를 향한 ‘친일 정부’ 공세도 지나치다. 이런 식의 친일 프레임이라면 재임 시절 충남 계룡대에서 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해 사열까지 받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조선총독부 건립일을 기념했다는 황당한 논리로 귀결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대폭 축소했던 국군의날 기념식 초청 인원을 정상화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대중적 행사로 돌려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중단됐던 10월 1일 군 시가행진도 지난해부터 복원했다. 프랑스·영국·독일·호주 등에서는 주요 국경일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7월 14일 혁명기념일을 기념한 군 시가행진을 1880년부터 무려 140여 년간 이어 왔다. 대통령까지 참석해 사열을 받는 프랑스 군의 혁명기념일 시가행진은 국경일 행사를 넘어 해외 관광객들까지 몰리는 축제의 장이 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친일몰이로 국군의날 행사를 폄훼해 군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각의 행태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자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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