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억 원에 달하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역사적 대작이 키아프(Kiaf)에 걸렸다. 이미래, 김윤신 등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프리즈(Frieze)에서 해외 컬렉터들의 손에 속속 팔려 나갔다. 지난 두 번의 행사보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대작은 줄었지만 이제야 정착한 ‘키아프리즈’를 즐겨보려는 해외 손님들이 몰린 덕분에 행사장은 유독 붐볐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미술장터)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4일 코엑스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이날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프리즈 서울은 7일까지, 키아프 서울은 8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는 전세계 32개국가에서 112곳의 갤러리가 출사표를 던졌다. 갤러리의 수는 2022년 350곳, 2023년 330에서 다소 줄었고, 수백 억 원에 달하는 대작의 출품도 과거에 비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트페어라면 언제나 등장하는 걸작이 빠진 건 아니다. 100억 원 이상인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 67억 원 상당의 앤디 워홀 작품 등이 갤러리 주요 장소마다 내걸려 관람객을 맞이했고, 국내 갤러리들도 65억 원에 달하는 김환기의 역사적 작품과 이우환, 박서보의 작품을 내걸고 모처럼 들뜬 분위기를 즐겼다.
미술 시장이 침체기라는 이유로 지난해에는 다소 손님이 줄어들었지만 올해는 프리즈 측이 전세계 미술 기관 등에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한 덕분에 오전부터 행사장이 유독 붐비는 모습이었다. 미국뉴욕현대미술관(MOMA), LACMA, 영국 테이트모던, 프랑스 퐁피두 등 전세계 100여 개 이상의 기관에서 사전에 프리즈 방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현장에는 해당 기관의 큐레이터등 관계자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도 행사장을 방문했다. LG전자의 후원으로 진행된 서도호, 서을호 작가의 특별전 장소도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2022년만큼은 아니지만 지난해보다는 해외 고객들이 유독 많이 왔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전시장에서는 국내 작가들의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티나킴 갤러리는 이미래의 작품을 국내외 고객들에게 두루 판매했다. 이미래는 오는 9월부터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최근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G갤러리는 황수연의 모래조각 작품 7점만으로 부스를 꾸려 해외 미술 기관 등에 판매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많은 관람객이 사진을 찍는 등 한국 젊은 작가의 실험적 작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후에는 3층에서 프리즈 관람을 마치고 1층 키아프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키아프에서 단연 가장 화제가 된 장소는 미국의 아트오브더월드 갤러리였다. 이 갤러리는 콜롬비아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역사적 대작을 214억 상당의 가격에 내걸어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4개의 패널로 구성된 해당 작품은 보테로의 작업 중 가장 큰 작품으로 성인, 어린이, 동물 등 총 11명의 인물이 전체 구도 속에서 균형 있게 등장한다. 아트오브더월드 갤러리 바로 옆에 부스를 차린 디에 갤러리에는 피카소와 샤갈의 작품으로 관심을 집중 시켰다.
코엑스 밖에서도 들뜬 분위기는 이어졌다. 현재 경매장에서 전시를 진행 중인 서울옥션은 쿠사마 야요이가 2014년에 제작한 100호 크기의 호박 작품이 한화 약 134억 원에 판매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주조색으로 황금색이 사용된 해당 작품은 검은색 패턴과 대비를 이루는 희귀한 색감을 가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편 이날 서울 곳곳에는 전세계 주요 미술계 인사들이 모이는 행사가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는 이날 저녁 CJ가 주최하는 ‘CJ 나잇 셀레브레이션 오브 프리즈 서울’ 행사에 국내외 아티스트, 큐레이터 등 미술계 인사와 영화·음악 산업 관계자 등 400 여 명이 함께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한국화랑협회장, 프리즈 CEO, 국내 미술관 및 비엔날레 관계자와 후원 기업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하는 ‘미술인의 밤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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