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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이 낳고 싶은데”…벌써 바닥난 '서울시 임신 준비사업' 예산

'가임력 검사비 지원' 신청 급증

정부 유사지원 홍보효과도 한몫

올 예산 늘렸지만 수요예측 실패

25개 자치구 중 13곳 조기 마감

서울시 임신·출산지원센터 공지 갈무리.




초혼·출산 연령이 높아져 난임을 예방하기 위한 산전 검사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올해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남녀 임신준비 지원사업’ 가임력 검사 예산이 조기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률 제고를 위한 임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종로·동대문·중랑·은평구 등 서울 25개 자치구 중 13곳(52%)의 남녀 임신준비 지원사업 예산이 소진돼 올해 난소기능검사(AMH)와 정액검사 등 가임력 검사 신청이 불가능한 상태다. 성동·강북구 등 나머지 자치구도 10~11월까지 예약이 마감되거나 신청 가능 인원이 한 자릿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한된 인원으로 인해 예약에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보건소는 예산 소진 여부를 묻자 “10월 신청이 열린 지 하루 만에 100명이 신청해 접수가 마감됐다” “현재 부부 60쌍 이상이 대기 중”이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이에 사업을 맡고 있는 서울시 임신·출산지원센터는 지난달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자 급증으로 예산이 소진돼 (사업이) 순차적으로 조기 마감되고 있다”고 공지했다.

서울시는 2017년부터 임신 위험 요인의 조기 발견·치료를 위해 남녀 임신준비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업을 신청한 서울 시민들은 건강위험평가와 보건소 검사 처방(PHIS) 및 검진을 진행한 뒤 가임력 검사 금액(여성 13만 원, 남성 5만 원)을 지원받는다.



문제는 당초 서울시가 예상한 인원보다 많은 이들이 신청하면서 예산 소진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가 올해 4월부터 시행 중인 ‘필수 가임력 검사 국가 지원’이 대대적으로 홍보되면서 사업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시는 유사 사업을 실시하고 있어 올해 국가 지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사업 신청 인원으로 4만 건을 예상했으나 이미 3만 5000여 건이 예약된 상황이다. 서울시는 2020년 전 자치구로 사업을 확대 실시한 후 2022년 12억 원, 2023년 15억 원, 올해 17억 9000억 원으로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수요예측에는 실패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임력 검사를 제외한 건강 설문 조사나 엽산제 처방 등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내년 1월부터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가임력 검사 지원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서울시도 국가 사업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필수 가임력 검사 지원 인원을 올해 14만 명에서 내년 20만 명으로 늘린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HIRA 빅데이터 개방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불임·난임 치료 인구는 약 38만 명으로 5년 새 2만 5000여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 비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불임 관련 총 보험자부담금은 2019년 883억 원에서 지난해 1706억 원으로 93.2% 증가했다. 난임 시술 총 진료비도 같은 기간 1681억 원에서 2654억 원으로 57.9% 늘었다.

특히 가임력 검사 중 보편적으로 진행되는 난소기능검사의 시중 가격은 약 5만~15만 원으로 천차만별이다. 다만 난임 치료 목적의 경우에만 연 1회 급여 적용이 인정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난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원영빈 차여성의학연구소 잠실 산부인과 교수는 “30대 전후로 임신율이 확연히 떨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산전 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두는 편이 좋다”면서 “임신을 고민 중인 미혼층에도 보험 급여 적용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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