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관계의 여성을 자신의 고문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젠나로 산줄리아노(62)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했다고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5일 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특별한 사람인 내 아내”라고 밝혔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6일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끝에 문화부 장관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결정은 돌이킬 수 없다"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즉각 사표를 수리한 뒤 로마의 현대 국립 미술관인 막시(MAXXI)의 알레산드로 줄리 관장을 후임 장관으로 임명했다. 줄리 신임 장관은 이날 저녁 대통령궁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2022년 10월 멜로니 정권이 출범한 이래 첫 장관 교체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폼페이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문화장관 회의를 2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옷을 벗었다. 그는 내연 관계인 여성 인플루언서이자 패션 사업가인 마리아 로사리아 보차(41)를 자신의 고문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그는 전날 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공영 방송 라이(Rai)의 TG1 채널과 인터뷰에서 보차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그는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특별한 사람인 내 아내"라며 "그리고 나를 믿어준 멜로니 총리에게 그와 정부를 당혹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나폴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보차를 만난 것을 계기로 친분을 쌓은 뒤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륜 외에 제기된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보차를 자신의 고문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이해 상충이 될 수 있어 임명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차의 행사 참석과 관련한 모든 여행·숙박 비용은 개인적으로 지불했다며 은행 명세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또한 보차가 G7 문화장관 회의와 관련한 운영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으며 기밀문서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스캔들은 보차가 지난달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됐다. 그는 산줄리아노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주요 행사 고문으로 임명해준 산줄리아노 장관에게 감사하다"고 썼다. 이후 문화부가 고문 임명 사실을 부인하자 보차는 각종 정부 행사에서 산줄리아노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올리기 시작했다. 함께 비행기에 탄 사진뿐만 아니라 기밀문서로 보이는 서류도 게시했다. 보차는 마이크와 카메라가 내장된 선글라스까지 활용해 촬영이 금지된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사적인 대화를 녹음해 증거로 제시했다. 산줄리아노 장관으로선 전날 수모를 견디며 '눈물의 TV 인터뷰'를 했음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야당의 사퇴 압박도 이어지자 결국 장관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