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이달 27일 총재 선거를 앞두고 선거 고시 전부터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자동음성 전화(오토콜)를 금지하기로 했다. 비자금 스캔들로 여전히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돈 안 드는 선거’를 목표로 내린 결정이지만, 일부 후보 진영에선 ‘인지도 낮은 사람에겐 불리한 조치’라는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8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선관위는 후보자의 정책 책자 우편 발송, 오토콜을 이용한 지지 호소, 인터넷 유료 광고 게재, 서적 등 물품 배포 등 8개 행위를 12일 선거 고시 전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모두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조치다. 자민당은 그동안 총재 선거에서 전국 약 109만 명의 당원들에게 우편물을 보내거나 오토콜로 지지를 호소하는 활동을 해왔다. 당원 대상 오토콜은 한 번에 1000만 엔(약 94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고, 정책 책자 우편 발송은 1인당 170~200엔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책자의 경우 지금까지 선거 고시 후 발송이 금지돼왔지만, 이번에 고시 전으로 기간을 확대했다. 오토콜과 유료 인터넷 광고를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후보의 정책은 고시 이후 전국 8개 권역 별로 연설회나 토론회 형식으로 지방 유세를 강화해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정치자금 스캔들로 당 지지율이 꺾이고,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심화한 데 따른 수습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뒷돈 사건으로 신뢰가 깎인 상황에서 당의 새 지도자를 뽑는 선거마저 ‘돈 잔치’ 경쟁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는 위기감에 사전 단속에 나선 것이다. 아이사와 이치로 선관위원장은 “자민당이 현재 처한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일련의 결정은) 당의 하나의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관위 방침에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적인 인지도가 낮을수록 자기 정책을 알릴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이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은 4선의 40대 정치인으로 ‘세대 교체론’을 적극적으로 띄우고 있지만, 아직은 타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당초 그가 주요 후보군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것도 초기 주목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편물도, 인터넷 광고도, 오토콜도 모두 막힌 후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중·참의원 의장을 제외한 국회의원 367명과 동수(환산 수치)의 당원·당우 투표로 진행된다. 총 734표를 두고 겨루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상위 2명에 대한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표 367표에 도도부현연합회 47표(47개 도도부현 각 1표씩 할당)를 더한 총 414표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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