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광주 비엔날레가 7일부터 막을 올렸습니다. 올해도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광주 곳곳에 펼쳐진 외부 전시관에서 국내외 관람객을 맞이하는데요. 작품도 많고 한 전시관에서 다른 전시관으로 이동하는 거리도 짧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광주에 왔는데 중요한 작품을 놓치고 가면 아쉽겠죠? 지난 6~7일 광주 비엔날레를 먼저 방문한 서울경제신문이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외부전시에서 꼭 둘러볼 만한 전시를 추천하겠습니다.
알고 보자, 비엔날레: 전시 제목이 왜 ‘판소리’죠?
우선 전시관에 들어서면 많은 관람객들이 ‘이 작품들과 ’판소리'가 무슨 관계가 있지?'라는 의문을 갖게 될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판소리의 이미지는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광주비엔날레 측의 설명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판소리는 ‘공공장소에서 나는 소리’ 혹은 ‘소리꾼의 목소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즉, 판소리는 소리와 공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한국의 고유한 음악 장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전시에 참여한 30개국에서 온 72명의 예술가들은 이러한 판소리 본연의 ‘정신’을 재현해 주변의 살아있는 형태와 ‘대화(소리)’함으로써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예술감독인 니콜라 부리오는 판소리를 ‘걸어들어갈 수 있는 오페라’라고 표현했는데요. 이 표현이 ‘찰떡’입니다. 작가들은 세상의 다양한 공간을 무대로 지구 생명체의 오페라를 기획했어요.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세계 작가들이 기획한 아름다운 오페라에 한 발씩 걸어들어가볼까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다리에 힘 꽉 주길!
‘부딪침 소리’라는 제목의 1~2전시실은 인간 활동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더욱 밀도가 높아진 공간을 음성 이미지로 보여줍니다. ‘부딪침’은 수신기가 가까울때 발생하는 귀를 피곤하게 하는 독특한 소리입니다. 즉, 이 1~2전시실에서는 공간 부족으로 인해 벌어지는 지구의 불협화음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눈에 띄는 작품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피터 부겐후트(Peter Buggenhout)의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 연작입니다. 작가는 폐기물로 분류되는 재료를 사용해 작업하는데요. 이번에는 작품의 재료로 쓰인 낡고 해진 폐기물의 어두운 색감으로 자연에서 오는 쇠락이 욓려 생성과 변화와 연결되는 중요한 지점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자 합니다. 노화와 쇠락이야말로 우리의 삶과 예술에서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현상이라는 이야기죠.
2전시실에서는 오스트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이예인의 ‘사이-상태-시스템’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작가는 자동차 핸들, 고장난 가전제품 등 버려진 제품을 전선, 접착제, 에폭시 퍼티와 결합합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사람의 얼굴 형상을 한 조각과 결합하는데요. 이같은 작업의 결과물은 마치 인간의 몸 속 혈관이 밖으로 드러난 것처럼 보이는데요. 마치 인간과 기술 구조가 결합된 사이보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전시실의 주제는 ‘겹침소리’입니다. 여러 초점을 가진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주로 전시되는데요. 길쭉한 패브릭 천이 천장에서부터 땅까지 축 늘어져, 마치 영화 ‘괴물’의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 두 번째 섹션 ‘겹침소리’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 작품은 독일 작가 필립 자흐의 ‘부드러운 폐허’인데요. 작가는 베를린 공원을 산책하던 중 거미줄이 나무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와 같은 형상을 떠올리게 됐다고 해요.
아마도 광주비엔날레 기간 동안 3전시실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은 바로 맥스 후퍼 슈나이더의 ‘용해의 들판’입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은 커다란 인공 정원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 인공정원의 모습은 다소 괴기스럽습니다. 분수에서는 초록색 물이 뿜어져 나오고, 분지에는 검은 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관람객은 누구나 정원 안에 들어가 흙을 밟으며 정원을 산책할 수 있어요.실제로 개막일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이 정원을 거닐며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습니다. 작가는 분해된 유기 요소나 주운 불건, 합성 폐기물에 혁신적인 재료 기술을 결합해 동식물과 비인간 개체가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꿈꾸는데요. 이를통해 오염 물질이나 유해한 생태 물질이 언제쯤 자원, 영양분, 혹은 환경에 유익한 생리 활성 물질로 되돌아가게 될 것인지 질문합니다.
‘처음 소리’가 시작되는 4전시실에서는 마르게리트 위모의 설치 작업 ‘휘젓다’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섹션에서 작가들은 비인간적 세계와 이산화탄소, 최루탄 가스, 환경호르몬, 비말, 바이러스가 역사의 주체가 되는 분자와 우주를 탐구하는데요. 마르게리트 위모는 이 공간에서 유령을 형상화 한 ‘잠재된 기억의 보유자’를 전시 공간 한복판에 세우고 소리꾼 이날치와 협업한 판소리를 복원해, 다소 몽환적인 미래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작품마다 설치된 QR코드는 유감…불편하기 짝이 없어
다만 작품마다 설치된 QR코드를 이용한 작품 설명은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짧고, 불친절합니다. 또한 QR코드를 찍어서 작품 설명에 이르기까지 두세 번의 클릭을 더 거쳐야 하는 이용방식도 다소 불편합니다. 비엔날레는 상업적인 아트페어와 달리 공공미술 전시 행사인 만큼 디지털 약자를 좀 더 배려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바라봅니다.
고즈넉한 양림동 골목에서 펼쳐지는 ‘소리 숲’
서울 익선동을 연상케하는 마을이 광주에도 있습니다. 바로 양림동인데요. 아늑한 카페와 작은 미술관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광주의 유서깊은 마을 양림동이 이번 광주비엔날레 기간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변신합니다.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한부철 갤러리, 한희원 미술관, 옛파출소, 빈집,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등 8곳이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데요.
서울경제신문은 이 중 특히 고즈넉한 한부철 갤러리를 추천합니다. 정원이 아름다운 한부철 갤러리에서는 안젤라 블록의 ‘다이내믹 스테레오 드로잉 머신’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기계는 벽에 부착돼 끊임없이 움직이며 하얀색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는데요. 마이크에 연결된 소리 감지 센서로 작동한다고 해요. 음악은 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이 선정한 곡이라고 합니다. 전시관 맞으편에는 한부철 작가의 작업실이 있습니다. 안젤라 블록의 작품을 감상한 후 한부철 작가의 작업실도 둘러보세요.
과도기적 공간을 탐구하는 사단 아피프는 버려진 옛 경찰서를 ‘영원의 파빌리온’으로 변신 시킵니다. 이곳에서는 판소리 명창 김소라와 협업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버려진 건물을 신성한 장소로 통하는 포털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상설전시관 중 한 곳인 ‘차고갤러리’에서는 한희원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희원 작가는 양림동의 대표적인 작가로 양림동에 있는 한희원 미술관도 이번 양림동 비엔날레의 전시관 중 한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한희원 작가가 어린시절부터 자란 양림동의 한 부분이 재개발로 사라질 때 마을의 창틀을 수거해 창틀 안에 그린 양림동 풍경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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