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호화주택들은 나오자마자 완판되면서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경기 둔화 속에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자산가들이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 도시의 신규 호화주택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향후 1선 도시 부동산의 희소성에 베팅한 '초부자'(ultra-rich)들이 호화주택들을 낚아채는 새로운 추세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일례로 상하이 황푸구에서 지난달 말 호화주택 33채가 총 18억위안(약 3천390억원)에 완판됐다. 지난달 17일에는 같은 황푸구 내 다른 신규 아파트 110채가 2시간만에, 인근 푸퉈 구의 신규 주택 124채가 2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신규 호화주택에 돈이 몰리는 현상은 올 상반기부터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상반기 ㎡당 15만위안(약 2800만원) 이상인 상하이의 호화주택은 대체로 거의 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조사회사 CRIC에 따르면 상반기 상하이 호화주택 1544채가 한 채당 3000만위안(약 56억5000만원) 이상에 팔려나갔는데,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당 10만위안(약 1880만원) 이상인 상하이의 프리미엄 주택 프로젝트 23건 중 20건이 분양 개시일에 물량의 70% 이상을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판매 호조가 1선 도시들이 올 들어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상하이시는 현지 후커우(戶口·호적)가 없는 주민이 주택을 살 경우 기존에는 5년간 시에 납세한 후 구매 자격을 줬지만 3년간 납세로 기준을 완화했다. SCMP는 "일련의 규제 완화가 프리미엄 주택 구매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비(非)거주민의 관심을 증가시켰다"고 진단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현상과 달리 호화주택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CRIC에 따르면 지난 7월 상하이의 신규 주택 가격은 규제 완화 전인 3년 전보다 12.3% 올랐다. 이는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이 7.7%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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