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변전소예요. 밖에서 보면 변전소인지도 모르겠죠?”
이달 5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한 변전소를 찾았다. 아파트단지 사이 골목길을 지나 담으로 둘러싸인 한 건물에 도착하자 현장에 동행한 한국전력 직원이 “다 왔다”며 멈춰 섰다. 관계자와 함께 이동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만큼 깔끔한 외관에 소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주변 환경도 평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인근에는 초등학교와 아파트가 있어 여느 골목길과 다를 게 없었다. 변전소가 ‘생활 필수 시설’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했다. 서울에는 이런 변전소가 101개나 있다.
그런데 이런 변전소가 갈등의 소재가 됐다. 경기 하남시가 한전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 증설을 불허하면서다. 전자파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과 미흡한 주민 설명회 등이 이유였지만 근거를 따져보면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민선 시장이 국가 필수 시설인 전력망 확충의 시급성보다 주민들의 민원을 더 신경 쓴 결과로 해석되는 이유다.
하남시의 설명과는 달리 동서울변전소 울타리에서 측정한 전자파는 편의점에서 측정한 수치보다 낮았다. 옥내화와 함께 진행될 HVDC 변환소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 ‘직류’ 전기가 공급되는 시설이다. 게다가 옥외에 지어진 변전소 설비를 옥내화하면 전자파는 55~60%가량 감소한다.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하남시와 수도권에 공급되는 전력이 부족해진다. 성남시 등에서 끌어오던 전력이 하남시와 수도권에 도착하기 전 용인에서 모두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남시를 위해서도 HVDC 변환소 확충이 필요하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인허가 불허 직전 동서울변전소와 유사한 고덕변전소 전자파 측정에도 동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던 그는 한전과 협력한다는 취지의 업무협약(MOU)도 인허가 불허 결정을 내린 후 파기했다. 지난해 10월 MOU 체결식에서 이 시장은 “사업 추진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하남시의 이율배반적 행정으로 전력망 확충이라는 정부의 국책 사업은 장기 표류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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