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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기차 힘주는 현대차…디젤엔진공장도 'EV품질 점검장' 전환

울산공장 생산車 이상여부 확인

내년 10월 완공…고품질 승부수

현대자동차가 울산 공장에서 디젤엔진 생산을 담당했던 A엔진공장 부지에 전기차 품질 점검장을 짓는다. 서울경제DB




현대자동차의 울산 디젤엔진 공장이 고품질 전기차(EV)를 생산하기 위한 핵심 시설로 탈바꿈한다. 환경 규제 강화로 입지가 좁아진 디젤 자동차의 공백을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채우면서 엄격한 품질관리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1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울산공장에서 디젤엔진 생산을 담당했던 A엔진공장을 철거하고 전기차 품질 점검장을 세우기로 했다.

품질 점검장의 완공 시점으로는 내년 10월을 목표로 잡았다. 울산공장에서 디젤엔진 생산 공장은 A엔진공장과 R엔진공장 두 곳인데 각 공장은 지난해 12월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철거 예정인 A엔진공장과 달리 R엔진공장은 별다른 활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유휴 시설로 남아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품질 점검장은 자사 제품의 경쟁력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에 세워지는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양산된 전기차들은 해당 점검장에서 성능과 이상 여부 등에 대한 최종 확인을 거치게 된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은 내년 완공을 거쳐 2026년 1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90을 비롯한 다양한 전기차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 점검장 신설은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및 운영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A엔진공장 철거 시점 등 공장 건설과 관련한 세부적인 일정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디젤 공백, 전기차로 메운다…품질 경쟁력 확보·라인업 확대 '총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8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전동화 전환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품질 점검장 신설은 전동화 전환으로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려는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강도 높은 환경 규제와 시장 수요 감소로 퇴출 수순인 디젤차의 엔진공장 부지를 활용해 차세대 전기차의 품질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핵심시설 구축 등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현대차의 전동화 전환과 맞물려 울산 A엔진공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곳은 2002년부터 주요 디젤 차량에 탑재하는 A엔진을 생산해오다 지난해 12월 가동을 중단했다.



A엔진은 배기량 2.5리터의 4기통 디젤 엔진으로 1톤 트럭인 포터와 스타리아 전신인 스타렉스 등에 적용됐다. A엔진공장이 철거되면 현대차 울산공장 내 디젤엔진공장은 R엔진공장 한 곳만 남게 된다. 해당 공장은 A엔진공장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9개월 넘게 생산라인을 멈췄다.

A엔진공장 부지에는 전기차 품질 점검장이 들어선다. 현대차가 국내 공장에서 전기차 품질 점검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전기차는 다른 내연기관차들과 같은 점검장을 공유해 왔다. 전기차 품질 점검장에서는 새 전기차 출시 전에 개선 사항을 도출하기 위한 신차 품질 점검과 전기차 조립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조립 품질 점검이 이뤄진다. 전기차 연구소와 조립 공장 담당자 등이 전기차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이곳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신차 개발 단계와 실제 양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량률을 줄이기 위한 품평을 진행한다"며 “전기차 품질 점검장은 다양한 방면으로 차량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다른 내연기관차 품질 점검장에 비해 큰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품질 점검장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울산 전기차 공장이 내년 하반기 완공되면 연 최대 25만 대의 생산 체계를 갖춘다. 가동 시점은 2026년 1분기로 예정돼 있다. 이곳은 올해 양산을 시작하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생산거점으로 꼽힌다. 울산 전기차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들은 품질 점검장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을 주도하려는 현대차 입장에서 품질 제고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가 2030년 목표로 하는 전기차 글로벌 판매량 200만 대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기차 라인업 확대 뿐만 아니라 품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고성능·럭셔리 전기차를 포함해 총 21개의 전기차 모델을 확보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뿐 아니라 럭셔리 및 고성능 모델까지 모든 전기차 라인업을 가장 빠르게 선보인 독보적인 기업”이라며 “과거부터 축적해온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혁신을 위한 도전, 강점을 기반으로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고 전기차 시장을 리딩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디젤 차량의 퇴출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디젤차 수요가 줄면서 판매 차종과 판매량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디젤차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하이브리드차에 이어 올해 전기차에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의 디젤차 국내 판매량은 2020년 39만 6492대에서 지난해 20만 4168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지난해 28만 3408대로 역대 처음으로 디젤차를 앞섰다. 올해 1~7월 전기차 판매량은 4만 2903대로 디젤차(4만 4846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출시한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EV3의 판매 실적을 고려하면 올해 처음으로 디젤차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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