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맞춰 2030년까지 의학 교육 여건 개선에 약 5조 원의 국고를 투입한다. 내년도 대학입시 전형(수시)이 시작됐지만 의료계가 여전히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 개선 청사진을 통해 의료 개혁의 명분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의료계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2026학년도 이후 정원을 조정하면 전체적인 투자 규모는 수정될 수 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10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의학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국립대 교육 인프라 확충과 국립대·사립대 교육 혁신 지원, 국립대병원 교육 역량 강화에 2조 원을,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 체계 혁신과 권역책임의료기관 육성, 지역·필수의료 연구 지원에 3조 원을 투자한다. 내년에는 교육부 6062억 원, 복지부 5579억 원 등 총 1조 1641억 원을 우선 투입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모든 국립대병원에 임상교육훈련센터를 세우고 해부 실습용 시신인 ‘카데바’를 병원끼리 공유하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지역·필수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계약형 필수의사제도를 도입하고 의대 지역인재전형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 국립대 의대 전임 교원을 3년간 1000명 증원하고 기금교수와 임상교수 신분으로 근무해오던 의사들의 신분도 안정적으로 보장한다.
정부는 인력난을 겪는 응급실에 신규 채용이 가능하도록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의사 160명, 간호사 240명 등 총 400명의 신규 채용을 추진하며 월 37억 원가량 재정을 투입한다. 또 지역응급의료센터 136곳 중 약 15곳을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선정해 중증·응급 환자를 적극 수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정된 의료기관에는 건강보험 수가(의료 행위 대가)를 권역응급의료센터 수준으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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