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문화교류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장관급 인사가 ‘국가간 장관회의’ 도중 귀국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국회가 대정부질문에 참석해야 한다며 중도 귀국시킨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본 고베·교토에서 열리고 있는 10~12일 한국·중국·일본 관광·문화장관 회의 참석 중에 있는 유인촌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 참석을 위해 12일 아침 항공편을 이용해 귀국했다고 밝혔다. 유인촌 장관은 10일과 11일 일본 고베에서 한중일 관광장관 회의를 마치고 이어 12일에는 교토에서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12일에는 한일 문화장관 양자회담과 한중 문화·관광장관 양자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날 문체부 관계자는 “(12일 오후 교토에서)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에 참석하려 했던 유인촌 장관은 서울에서 12일 오후 2시부터 개최되는 국회 대정부질문 4일차 교육·사회·문화분야 참석차 귀국하고 용호성 제1차관이 대신해 한국대표단장으로 참석하게 됐다”며 “문체부는 한중일 문화장관 참석을 위한 이석 협의가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아 아침 비행기로 귀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일 문화장관 양자회담에서는 최근 이슈가 된 ‘사도광산 문제’에 대한 논의도 제기될 예정이었다. 이의 논의는 야당에서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를 방해한 셈이 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수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앞서 11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유 장관이 ‘사도광산 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수정 협의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었다.
장관의 해외출장을 위해서는 국회와 이석 협의를 해야 했는데 앞서 진행됐던 실무협의에서 최종 합의가 안된 상태에서 일본으로 갔고 이에 대해 특히 야당이 최근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문제로 덩달아 문체부 장관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체부 측은 한중일 장관 회담은 미리 정해진 상태에서 앞서 출국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일단 12일 한중일 장관회의에서 장관이 빠지면서 우리측의 주장에 다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과의 사도광산 문제라든지, 중국과의 비자 등 관광 이슈들이 쌓여 있는데 이번 장관회의가 우리측이 요구를 꺼내고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국가간 장관회의에서 중도 퇴장은 당연히 외교관례에서도 어긋나는 상황이다. 문체부는 “오늘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 등은 (용호성 차관이 참석해) 예정대로 진행된다”며 “유인촌 장관이 떠나기 전에 일본측과 중국측에 (중도 귀국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인촌 장관을 대리해 용호성 제1차관이 12일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갑작스럽게 투입된 용 차관도 전날밤 교토에 가까운 오사카 간사이공항행 항공표를 구하지 못해 도쿄로 갔다가 고속열차를 타고 교토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토(일본)=최수문 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