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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회가 '싸움터' 된 이유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고함칠 때 우리는 그러지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어. 더불어민주당 따라 소리치면 똑같은 사람밖에 더 되나.”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전쟁터’가 된 법사위에서 활동하는 같은 당 초선 의원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고성으로 야당 의원들에 맞서더라며 답답해했다.

강성 민주당 의원들과 매번 상임위에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공격적으로 나가야 카메라에 자주 잡히고 지지자들도 좋아하지 않겠냐”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지역구에서 나를 내성적으로 평가해 ‘국회 가서 잘 하겠느냐’며 걱정했다. 그런데 한번 전투력을 보여주고 나니 다들 만족하며 격려했다”고 전했다.

22대 국회 들어 일부 상임위에서는 회의 때마다 여야 의원들 간 정쟁을 벌이고 유치한 말싸움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다. 다수 의원들은 그들의 ‘활약’이 담긴 영상들의 조회 수가 잘 나왔다며 뿌듯해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한다. 실제 그런 영상을 보며 기자들도 ‘잘 싸우네’ 하는 인식을 갖고 한번 더 눈여겨보기도 한다.

국회와 정치가 ‘강 대 강’ 구도로만 가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1일 “여야가 최대 현안인 의료 대란부터 함께 해결하자”며 ‘김건희 특검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추석 연휴 이후로 미루자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행”이라면서도 “19일 본회의 일정 추가는 유감”이라고 평했다. 정 위원장은 “매우 당황스럽고 경악스럽기까지 하다”며 반발했다.



지지층만 바라보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몰두하는 사이 차분하게 상대를 설득하려는 협치는 뒤로 밀려났다. 의정 갈등 장기화와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도 목표로 했던 추석 이전까지 성사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가위 연휴에 많은 의원이 지역구에 돌아가 유권자들을 만날 것이다. 상대 당과 격한 언쟁을 벌인 의원일수록 지역 주민들의 칭찬을 받고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에도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진 국회 모습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 씁쓸하다.

강도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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