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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아닌데 버젓이 ‘피부과 의사’ 행세…필수의료 인력난 부추겨”

대한피부과학회 12일 기자간담회 개최

'피부건강의 날' 캠페인 통해 인식개선 노력

강훈 대한피부과학회장(은평성모병원 피부과 교수)이 12일 대한피부과학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피부과학회




이른바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바이탈과 의사 인력 부족 사태가 피부미용 시장 유입 현상에 기인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과대학 졸업 후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전문의가 비급여를 통한 수익 창출을 노리고 미용의료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그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피부과학회는 12일 오전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제22회 피부건강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별도의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전문의들이 '피부과' 간판을 내걸고 피부과 의사를 거짓 표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피부건강의 날은 피부 건강의 중요성과 피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대한피부과학회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

학회가 올해 초 피부과 전공의·전문의 280명을 대상으로 피부과 의사를 거짓 표방하는 미용 일반의사들의 행태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1%는 "일반의나 타과 전문의들이 피부과 의사 행세를 하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소위 '비피부과' 의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방송 출연 등 미디어를 악용(88.2%)하거나 진료과목 표시 위반(72.9%), 불법 홍보(62.7%) 등을 이용해 피부과 전문의나 피부과 의사를 사칭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유명 연예인의 배우자가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 출연해 '피부과 의사'라고 밝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피부과 의사가 아닌 이들로부터 레이저, 필러 등 피부미용 시술을 받고 부작용이 생긴 환자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86.7%나 됐다. 피부질환 부작용(63.9%), 피부미용시술 사고(47.6%) 환자를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높았다. 피부암인데 점인 줄 알고 레이저 시술을 하는 등 오진 사례 부터 비의료인이 레이저, 미용시술을 시행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이우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가 12일 대한피부과학회 기자간담회에서 발표 중이다. 사진 제공=대한피부과학회


이번 조사에 참여한 피부과 의사의 대다수(95.7%)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심각한 상태라고 답했다.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데도 피부과 의사를 사칭하며 환자를 속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낮은 의료보험 가격(66.4%), 무한 경쟁(53.9%), 쉽게 진단하는 경향(52.1%) 등을 꼽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규 개정이나 단속(84.3%), 교육과 홍보(76.8%)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바이탈과 의사 인력 부족사태와 의사들의 피부미용 시장유입 현상이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91.8%가 동의했다.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피부과 의사'를 거짓 표방하는 것 뿐 아니라 한의사들이 불법 피부미용 시술을 일삼는 것도 문제라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이날 설문 결과를 발표한 윤석권 전북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과 의사를 사칭하는 미용·일반의사의 행태는 앞으로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조사가 피부과 의사로 가장한 미용·일반의사만 양산하는 의대 정원 확대를 반박하는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부과를 전공하지 않은 의사들이 미용의료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정작 바이탈(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부족해지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의사면허 취득 후 일정기간 임상수련을 마쳐야 의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개원면허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동현 대한피부과학회 홍보이사(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에서 운영 중인 제도(개원면허제)를 차용해 우리나라에 적용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인 줄로 안다. 전공의들이 대거 수련을 받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다 보니 반대급부로 등장한 개념인 듯하다"며 "피부과 전문의를 사칭하는 의사들이 미용의료 시장에 나오는 시간을 지연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의료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장은 "산부인과, 내과, 응급의학과 등 처음 의대를 지원할 때 하고자 했던 전공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과연 미용의료를 하러 오겠느냐"며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면 미용의료 시장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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