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 응급의료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의료진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의료진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날 의료계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 없이는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분명히 밝혔다. 추석 연휴 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사실상 무산된 여당은 추석 당일인 17일 이전까지도 협의체 출범을 재차 시도하며 주말에도 의료계와의 접촉을 이어갈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중앙응급의료센터 현장을 연달아 방문·면담했다. 윤 대통령은 “보건은 안보·치안과 더불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며 “향후 5년간 10조 원을 투입하지만 국민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더 많이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간담회에서는 “의료인들이 고생하신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도록 하겠다”며 “의료인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는 ‘응급의료 현황판’에 부산 지역이 응급의료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붉은 표시가 뜨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부산시장과 통화해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해보라”고 현장에서 바로 지시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지역 거점 병원인 전남 화순전남대병원 암센터를 방문해 연휴 비상 진료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한 총리는 “전공의 이탈로 어렵지만 의료 붕괴를 걱정하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며 “여당과 야당·정부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철회 요구를 고수하며 대화의 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8개 의사 단체는 이날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히며 “대화를 원한다면 즉각 전공의 집단 사직 관련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불통을 멈추고 전향적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 계획대로 2025학년도 증원이 진행되면 의대생은 아무도 학교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은 이미 붕괴가 시작됐다. 정부가 정책을 멈추지 않는 한 전문의 3000명 배출이 중단되는 상황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를 거듭 요청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상록지역아동복지종합타운에서 도시락 봉사 활동을 마친 뒤 “전제 조건과 의제 제한 없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만 생각하고 빨리 모이자는 호소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의제를 자신들이 제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가 제안하는 것이니 제 말을 들으시면 된다”고 당부했다.
한 대표는 “제가 의료계 주요 단체 분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며 “여러 고민이 있겠지만 결정을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계속 설득할 것이고 좋은 결정을 해서 이 상황을 해결하는 출발을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협의체 출범 시한과 관련해서는 “미리 정해놓고 하는 것 자체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발에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고만 답했다.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 거부와 관련해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의료계의 입장을 존중하며 그 어려움 또한 이해한다”며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고 여야의정 협의체가 그 통로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협의체 출범 시점을 추석 당일인 17일 이전까지로 늦춰 이번 주말에도 의료계와의 접촉을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추석 전 협의체 출범 가능성을 두고 당내에서도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일(14일)부터 연휴가 시작되는데 지금 보면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와 당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를 요청하는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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