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중간처리업자의 위탁 운반은 증차로 볼 수 없어 폐기물관리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폐기물 관리법령에 수집·운반에서 위탁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폐기물관리법위반으로 기소된 중간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A씨에게 벌금 50만 원 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폐기물 운반에 관한 업무의 위탁에 해당하여 위탁자가 수집․운반차량을 지배․관리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위탁자의 운반 차량의 증차를 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라며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11항 등에서 정한 ‘운반차량의 증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2019년 폐기물을 위탁 운반하면서 관할관청으로부터 변경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운반 차량 3대를 증차한다는 주요사항을 변경해 기소됐다. 폐기물 중간재활용업 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운반 차량을 증차하는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중요사항을 변경하려면 관할관청으로부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증차는 본인 명의 차량으로 한정되는데, A씨는 타인 명의 차량에 대해 허가 없이 운반 차량으로 등록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1심은 벌금 50만 원, 2심도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원심 판결은 운반차량을 임차해 운반했다고 판단했는데, 피고인들이 임차했다고 진술한 바가 없으며 임차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폐기물의 운반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여 수탁자가 이 사건 운반차량으로 폐기물을 운반한 것이라고 볼 경우 이는 위탁자인 피고인이 폐기물처리업의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중요사항인 '운반차량의 증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폐기물관리법령에 폐기물의 수집·운반에 관한 위탁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그 폐기물을 스스로 운반하지 않고 영업대상 폐기물에 관한 폐기물 수집·운반업 허가를 받은 자에게 그 폐기물 전부 또는 일부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여 처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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