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불과 5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대선의 향방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두고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 정책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한 대북 억제 등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잇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북 정상외교 재개를 언급했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축소도 다시 제시했다. 이 와중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탄두를 만드는데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미국 대선에 우회 개입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0일 첫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러브레터를 교환한 건 잘 알려져 있다”며 독재자들이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을 원하는 것은 아첨과 호의로 그를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어 “트럼프는 이용만 당하고 끝날 것”이라며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고 아첨하는 사람 대신 동맹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미국은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국제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리더로 서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자신에게 “중국과 북한이 트럼프를 두려워한다더라”고 했다면서 “북한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말했다.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던 트럼프 집권 시절과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대화 없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만 이어지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트럼프는 ‘해리스가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푸틴의 발언을 인용하며 “나는 푸틴이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앞서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재한 정책공약집에서도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흔들리지 않는 (안보) 공약을 확인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며 2022년 9월 DMZ 방문 경험을 소개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중국의 위협에 맞서 항상 미국의 이익을 수호할 것임을 분명히 했고, 중국 견제에 필요한 동맹국과의 경제 및 안보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인도태평양도 네 차례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방위비 분담 비율’까지 제시했고, 한일 등 아태 동맹국에 대해서도 방위비 분담 인상을 요구한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과거 대선처럼 한반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줄었다는 평이다. TV 토론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밀려 한반도 문제가 과거만큼 거론되지 않았고 두 후보 캠프가 내놓은 정책공약집에도 ‘한반도 비핵화’는 사라졌다.
이 와중에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뒤로 캐스케이드(원심분리기를 다단계로 연결한 설비)가 늘어선 모습도 노출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책공약집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언급이 사라지며 국제 사회의 북한 비핵화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CVID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풀이다. 김 위원장은 농축시설 공개 직후 북한을 찾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최근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북한이 최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데 이어 전격적으로 핵농축 시설까지 공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우회 지원하는 행보라는 해석 또한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이번 농축 시설 공개는 미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특히 북한과의 타협을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려는 속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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