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 중 일반의 등 형태로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비율이 전체의 3분의1에 달하는 상황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에서는 기존에 출근 중인 전공의들까지 합하면 약 40%의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방증으로 본다. 반면 의료계는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호구지책의 일환일 뿐이라며 정부가 확대해석을 한다고 주장한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19일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사직 전공의 8900여명 중 33%인 2900여명이 다른 의료기관에 신규 취업해 의사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의료진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지만 아예 희망이 없지는 않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레지던트 기준 전공의 1만명 중 현재 출근 중인 이가 약 10%인 1000여명”이라며 “전체 전공의 중 40%가 이미 의료현장에 돌아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설명을 종합하면 다른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전공의들은 2940명으로 이들은 아직 수련과정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의 자격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달 5일 625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70% 늘어난 수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들 중 상급종합병원 50명, 종합병원 500명, 병원급 500명 등 1050명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나머지는 요양병원·치과병원·동네의원 등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장 수석은 이 같은 수치를 두고 “전공의가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한 게 아니라 수련환경과 의료체계가 제대로 변화한다면 복귀해 수련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일반의로 재취업하는 이들 가운데는 계약 과정에서 내년 전공의 수련일정에 맞춰 퇴사할 수 있는 조건을 넣기도 하는 걸로 알려졌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이 같은 정부의 해석이 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생활을 위해 불가피하게 일반의로 재취업하기를 선택한 것을 정부가 의료현장 복귀로 포장하고 있다는 게 의사단체들의 주장이다. 수련 중이던 병원 전공의 자리를 버리고 개원가나 일반 병의원에 취업하는 상황은 진정한 복귀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 장 수석의 발언에 대해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힐난하며 “멀쩡히 수련 받던 전공의 1만2329명을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일할 수밖에 없게 만든 책임이 있는 이가 속임수에 불과한 주장을 복귀의 지름길이라고 늘어놓는 것에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전공의 수련일정에 맞춰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는 시선에도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사직 전공의 출신이기도 한 채동영 의협 공보이사는 “누가 이런 상황에서 그런 큰 그림을 그려 가며 취업전선에 나서겠느냐”며 정부의 해석을 “모든 게 잘 돼가고 있다는 쪽으로 보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반문했다.
전공의 사직 처리를 마친 대형병원들 중에서는 이들의 공백을 메울 촉탁의사(일반의) 채용 시도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지원자격에 제한 없이 중간에 퇴사해도 상관없다는 입장으로 공고를 올려놓긴 했으나 지원자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들이 일반의 재취업이 호구지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해석에도 힘을 싣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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