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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는 거 없는 ‘쿠팡·컬리’…약배송도 가능해질까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에도 약배송 장벽 여전히 높아

닥터나우, 일본서 의약품 택배발송 이어 실시간 배송 추진

국내서도 대면진료 후 약배송은 합법…관련 서비스도 등장

사진 제공=쿠팡




“쿠팡은 약 배송을 안하는 거야, 못하는 거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20년 지기 친구들과의 번개 만남이 성사됐습니다. 연휴 내내 가족들의 밥상을 차렸으니 하루만이라도 가사노동에서 벗어나고 싶다던 친구들은 이내 ‘마켓컬리, 쿠팡’에서 샀던 살림템을 공유하는데 열을 올렸죠. 연년생 자녀 둘을 키우며 맞벌이를 하는 K는 “쿠팡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며 새벽배송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과일, 베이커리 등 아이들을 먹일 간식부터 식재료, 생활용품, 화장품까지 새벽배송으로 해결한다던 K가 ‘쿠팡, 컬리’로도 안되는 게 있더라며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안타깝게도 K는 반려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거든요.

이번 연휴 때 시누이가 반려견을 데려왔길래 멀찍이 앉아있었는데, 재채기가 시작되더니 코가 막히고 눈 주위가 가려운 증상이 나타나 이만저만 고생한 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기지를 발휘해 스마트폰 앱으로 비대면 진료를 받고 처방전도 발급 받았는데 정작 약수령에 실패했다고요.

K는 “문 연 약국을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전화 연결이 된 약국에는 재고약이 없었다”며 “의약품이야말로 로켓배송 도입이 시급한 분야 아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비단 K만의 사정은 아닙니다. 올해 2월부터 비대면진료가 전면 허용된데다 최근 의료 공백으로 병의원 방문이 까다롭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가벼운 증상인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다운로드 받아두었던 비대면진료 앱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문제는 여전히 약 배송 문턱이 높다는 겁니다.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한해서만 비대면진료를 통해 처방 받은 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거든요. 병의원이 문을 닫는 심야 시간대나 주말, 공휴일에 비대면진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인근 약국이 문을 닫았거나 문 연 약국에 처방 받은 약이 없어 허탕을 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병원에 불만이 쏟아지는 바람에 난감하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도 약을 받기 위해 대면 방문을 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죠.



닥터나우가 일본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모바일앱의 화면. 사진 제공=닥터나우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려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시범사업에도 들지 못한 약배송은 약사법 개정으로 풀어야 하는데 의약품 오배송과 변질 등이 우려된다며 약사단체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죠. 비대면진료 스타트업 닥터나우의 일본 법인 ‘닥터나우 재팬’이 7월부터 야마토운수, 사가와익스프레스 등 현지 택배회사들과 협업해 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다소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음식배달 플랫폼인 우버이츠와 제휴해 실시간 약 배송도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일반인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대면진료 후 처방약 배송’은 이미 국내에서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말 대면진료를 통해 처방전을 발급받은 환자가 약국에서 구매한 이후에는 택배 배송이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거든요. 빅5 등 대학병원 주변에 있는 일명 ‘문전약국’을 중심으로 약국에서 환자가 원하는 곳까지 약을 배송해주는 약국 전용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약사 출신 창업자가 선보인 서비스라더니 아니나 다를까, 환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하더라고요. 문전약국을 찾는 환자 중에는 멀리 지방에서 올라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대량 처방받은 의약품이나 영양제 등을 운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는데 소정의 배송료만 지불하면 약국에서 바로 보내줄 수 있으니 만족도가 높다고 합니다. 약사단체의 반대를 넘어 약사법을 개정하고 의약품 배송이 가능해지려면 꽤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겠죠. 다만 현장에서 조금씩 일어나는 변화들을 보면 K가 바라는 대로 국내에서 의약품을 로켓배송으로 받아보는 게 불가능하지 만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플랫폼이 의약품 배송에 눈독을 들일지는 미지수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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