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VW)이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합작 설립해 운영 중인 신장 위구르 자치구 공장의 감사 결과가 당초 발표했던 내용과는 달리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폭스바겐은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 노동 이슈로 글로벌 지수의 ‘ESG 투자 주식 매입 금지 대상’이 됐다가 감사 덕에 지정에서 해제된 바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해 12월 진행한 감사에서 “강제 노동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FT가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감사를 수행한 중국 현지 기업이 조사 방법 등에 있어서 국제 표준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2017~2019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수십만 명의 소수 민족인 위구르인들이 강제 노동과 재교육을 강요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제 인권 단체와 비정부기구(NGO) 들은 이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 왔으나 중국은 인권 침해 혐의를 부인했다. 이곳에 공장을 둔 폭스바겐 역시 문제가 없다며 합작 공장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당시 폭스바겐이 낸 보도자료에서 독일의 컨설팅 업체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사회 감사 기준인 SA8000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후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 MSCI는 2022년부터 신장 위구르 관련 이슈로 ESG 중심 투자자들의 폭스바겐 주식 매입을 금지했던 ‘레드 플래그’를 제거했다.
SA8000 기준 개발에 참여한 주디 기어하트 아메리칸대학교 국제서비스학교의 책임 연구 센터 교수는 폭스바겐이 진행한 감사에서 SA8000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언급하면서 특히 직원 인터뷰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공장 직원들과의 면담이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법률 사무소 본부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진행돼 직원들을 위협적인 상황에 놓이게 했고, 기밀성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어하트 교수는 “이 인터뷰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공장 내 상황을 확인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구르족을 위한 NGO 관계자는 “(이 감사는) 폭스바겐의 피해자들에 대한 기만이자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 측은 “SA8000 표준이 감사인들이 근거로만 사용했을 뿐 표준에 언급된 모든 사항에 대해 완벽한 검토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투자자나 대중을 속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공장은 2013년 건설됐으며 코로나 19 사태 이후 생산은 중단됐다. 공장 인력의 일부는 현재 중국 내 다른 공장에서 출하된 자동차 품질 검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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