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Gen Z), 즉 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전 세대와 비교해 직장 내 병가를 다르게 정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세대에게 병가란 몸이 아파 의료 기관으로부터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나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젠지 직장인들은 신체 뿐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 및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병가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사회적인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아프다’는 개념을 단순히 신체적 질병이 아닌 정신과 감정적 건강 악화로 확장해야 한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 한 편, 일각에서는 엄연히 휴가가 별도로 있는데, 병가를 마치 휴가처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공개한 ‘미국, Z세대가 직장 문화의 미래를 형성한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젠지 직원들은 다른 세대들보다 병가를 더 자주 사용하고 있다. 연구기관 데이포스(Dayforce)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병가는 2019년에 비해 2023년에 55% 증가했다. 전 세대 직원 중, 36세 미만의 직원들이 병가를 주도하고 있으며, 2019년에 비해 2024년에 병가를 낸 횟수가 29% 증가했다. 36세 이상의 병가 사용도 16%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직장인들의 신체적인 건강 문제와도 결부돼 있겠지만, 병가에 대한 젠지의 인식 변화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병가는 전통적으로 신체적인 질병을 위한 것이었지만, Z세대는 정신 건강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병가를 사용하며, 이는 감기나 독감처럼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웰빙을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요소로 인식한다. 병가 사용 방식의 변화는 정신 건강에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고용주들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있으며 휴가와 병가를 구분하는 기존 유급 휴가제를 유연하게 바꿔나가고 있다. 일례로 ‘정신 건강일’을 뜻하는 '퍼스널 타임 오프(Personal Time Off·PTO)'가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30년까지 Z세대가 미국 전체 노동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Z세대는 향후 노동 시장에서 주요 인력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의 가치관과 근무 방식은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정신 건강을 중시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Z세대에게는 이러한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 있다. Z세대가 새로운 노동력을 구성하는 만큼, 그들의 기대와 필요에 맞춘 정책과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소재의 한 은행에서 일하는 23살 Z세대 A 씨는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병가는 신체적 질병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상의 이유로도 사용한다. 사회의 모든 바쁜 분위기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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