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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줄기세포 치료제 3분의1이 한국산인데…규제에 막혀 年2만명 해외 원정치료

■줄기세포신약 10년간 허가 '0'

임상 건수 세계 2위 기술력에도

허가 문턱 못넘고 개발 맥 끊겨

'황우석사태'로 윤리검증도 강화

첨단재생바이오법 기대 높지만

유효성·안전성 검증이 우선돼야





“지인이 파킨슨병 투병을 하고 있는데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갔다고 합니다. 1회에 2000만 원이고 치료비만 1억 원을 들였는데 효과는 보인다고 하네요.”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황반변성을 앓고 있는 이 모(68) 씨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기는 하지만 시력을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해 시도해보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씨처럼 줄기세포 치료제 투약을 위해 해외 원정 치료를 가는 국내 환자는 연 1만~2만 명으로 추산된다. 줄기세포 치료제 투약 비용은 1회에 1000만~2000만 원으로 최대 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기세포 치료는 신체의 조직·세포(줄기세포·면역세포 등)를 배양해 가공한 다음 환자에게 다시 투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의료 시술로는 치료할 수 없는 만성 질환, 희귀 질환,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의료 분야로 기대를 모았다.

한때 국내 줄기세포 분야의 기술 수준은 미국을 기준으로 86.9%(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일 정도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전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미국(155건·49%) 다음으로 한국(46건·15%)이 많았다. 전 세계에서 상용화된 줄기세포 치료제 12개 중 국내 제품이 4개일 정도였다.

하지만 2014년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내 줄기세포 신약의 명맥이 끊긴 상태다. 강스템바이오텍(217730)·파미셀(005690)·네이처셀(007390) 등이 상용화에 도전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적 유의성이 부족하다” “조건부 허가를 할 정도로 적응증이 중증의 비가역적 질환에 해당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허가를 반려했다. 김정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전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의 3분의 1을 허가받았다는 것은 처음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제도적인 허들이 낮았다는 것”이라며 “2005년 ‘황우석 스캔들’ 이후 줄기세포 치료제 관련 윤리적 측면 검증이 더 강조되면서 허가받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더욱이 2020년 마련된 첨단재생바이오법(첨생법)은 첨단 재생의료의 활성화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적용 범위가 한정돼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줄기세포를 중증 희귀 난치성 환자에게만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를 치료 목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3년간 승인된 임상 연구는 37건에 그칠 정도 저조했다. 줄기세포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높은 비용을 부담하며 해외 원정 치료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일본과 미국에서는 줄기세포 분야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뤄졌다. 일본은 2013년 약사법 개정 등을 통해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를 의사 책임 하에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시설에서 배양한 줄기세포도 일본에 가져가면 맞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미국에서는 환자의 유전자와 세포를 채취한 후 조작해 치료제로 활용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탄생했다.

조인호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장은 “초기에 나온 줄기세포 치료제는 기대보다 효과가 적었고 줄기세포를 분화해야 효과가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암 유발 우려 등으로 임상도 승인받지 못했다”며 “미국에서는 60~70%가 유전자를 변형해 넣는 치료제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속하게 허가해 품목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첨생법 개정안을 통해 줄기세포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첨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첨단 바이오의약품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후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다. 기업은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줄기세포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입셀·에스바이오메딕스(304360)·차바이오텍(085660) 등이 첨단 바이오의약품 임상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은 “첨생법 개정안으로 임상연구와 치료기회가 확대되면 실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경험으로 안전한 줄기세포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이를 활용해 더욱 효과 있는 치료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줄기세포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어 이 같은 법적 변화가 실제로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치료제는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균일한 효과와 예상되는 부작용이 나와야 하는데 줄기세포 치료제는 인체에서 채취하다 보니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효과와 부작용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무분별한 시술이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려면 명확한 임상 데이터와 과학적 증거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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