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발 사건 이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부대 지휘관을 표적 제거하는 등 전쟁 상황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으로 공격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나엘 하가리 소장은 “아킬과 최소 10명의 헤즈볼라 지휘관이 사망했다”며 “사망한 헤즈볼라 일원들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아 디히예 중심 주거용 건물 지하에서 이스라엘 북부 민간인 테러를 모의 중이었다”고 말했다.
레바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지역은 헤즈볼라의 거점으로 알려진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 지역이다.
사망한 아킬은 2004년부터 헤즈볼라의 작전 책임자로 활동했고 1983년 베이루트에서 미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 등을 지휘했다. 미국은 헤즈볼라의 최고 군사 기구인 ‘지하드 위원회’의 일원이자 헤즈볼라 연계 그룹 ‘이슬람 지하드 기구’의 주요 일원인 아킬에게 700만 달려(약 93억 원)에 달하는 현상금을 건 바 있다. 2015년에는 미국이 제재한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랐고, 2019년에는 ‘특별 지정 국제 테러리스트’ 중 하나가 됐다.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에 이은 사실상 ‘서열 2위’ 지휘관이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공습으로 현재까지 12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중 9명이 중태인 만큼 사상자는 확대될 수도 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사망자 중 어린이가 포함됐다”며 “주거용 아파트 2층을 정확히 겨냥한 공습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부국장 살레흐 알아루리를 겨냥한 지난 1월,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살해한 지난 7월 공습에 이어 세 번째다. 이란의 레바논 주재 대사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베이루트 남부 외곽의 주거 지역을 표적 공격하는 등 선을 넘은 이스라엘의 광기와 오만함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집을 떠난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이 돌아올 수 있을 때까지, ‘새로운 전쟁 단계’에서 일련의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속 공격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이스라엘 공습에 앞서 헤즈볼라는 이날 로켓 140발로 주요 방공 기지와 기갑여단 본부 등 이스라엘 북부 거점을 공격했다. 이는 전날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통신 기기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보가 격화되자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한 미국 뉴욕 출발 일정을 25일로 하루 늦췄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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