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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처럼 빠른 억대 배당수익" 282억 편취…계좌추적에 덜미[수사의 촉]

<12> 사기·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檢 6.8억 소액 사기사건 이첩 받아

보완수사 통해 대규모 다단계 규명

가족들 명의로 빼돌린 수익도 추징

노년층 심리 악용한 조직범죄 철퇴





서울에 사는 70대 A 씨는 지난 2021년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하는 좋은 투자 아이템이 있다’는 지인의 말에 이끌려 한 사업 설명회를 찾았다. 스스로 서울지부장이라고 소개한 B 씨는 사업 설명회에서 “미국 유수의 대학교 물리학 박사가 고안해 낸 투자 기법”이라며 “2000명 정도가 모이면 KTX처럼 빠르게 1년에 억대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A 씨는 B 씨 말에 속아 선뜻 노후 자금 수천만원을 투자했다. 그러자 B 씨는 A 씨에게 “더 많은 투자자를 데려올 수록 배당이 빨리, 많이 된다”며 또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라며 꼬드겼다.

A 씨가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했기만 기대했던 배당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B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지역 계 사기’ 사건이었다. 하지만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이른바 ‘KTX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며 고소한 이는 A 씨 뿐만이 아니었다. 전국 각지에서 유사한 수법으로 피해를 당했다며 총 17명이 경찰에 고소했고, 전국 검찰청은 8건을 넘겨 받아 수사에 나섰다. 이들의 피해금액을 모두 합치면 6억 8000만 원 상당으로, 비교적 소액 사기 사건이었다.

홍성지청 형사부 정원석(사법연수원 37기)·김지훈(변호사시험 9회) 검사도 이 가운데 한 사건을 이송 받았다. 사건 기록을 검토하던 두 검사는 고소인들의 지역이 제각각인 데다, 피고소인이 다수라는 점에서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단순 소규모 사기 사건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촉’이 발동한 순간이었다. 이후 전국청에 흩어져 있는 8건을 모두 이송·병합해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고소장과 피해자 진술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C 씨를 발견했다.



김 검사는 “회장님이라고 불리는 C 씨를 정점으로 한 전국적인 조직이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규모 다단계 사건이 의심되는 만큼 차명 계좌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C 씨를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경찰 고소가 계속 이뤄지는 상황에서 경찰에 계좌 내역을 수사하라는 취지로 협조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피해자 진술·계좌거래내역·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KTX 계’는 회장인 C 씨를 정점으로 전국에 지점을 둔 다단계 조직이었다. 피해자도 수백명으로 250억원 가량을 뜯어내 돌려막기하는 방식이었다. 이들 일당이 피해자가 고소를 시도하면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해오며 범행을 지속해왔단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자체 계좌 수색으로 경찰 수사 단계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30억 원 상당의 피해금액도 추가적으로 밝혀냈다. 주범 C 씨와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 조사를 통해 C 씨가 전산 자료 삭제를 지시하고, 진술을 회유하려 하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한 정황도 잡아냈다. 단순 6억 대 사기 사건으로 종지부를 찍을 뻔한 사건이 빈틈없는 수사를 통해 282억대 규모의 전국 다단계 사건의 전모 규명까지 이어진 것이다.

결국 C 씨는 지난 6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지역 지부장 등으로 활동하며 범행한 가담한 B 씨를 포함한 직원 9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경찰과의 협조를 통해 C 씨가 가족 명의로 빼돌린 범죄 수익도 추징보전 했다.

김 검사는 “별다른 수익이 없는 노년 층의 심리를 악용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이라며 “이들 일당에 대해 추가로 고소된 건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져 조만간 추가 기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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