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비만 치료제 경구용 GLP-1 펩타이드 발표.’ ‘비만 및 당뇨 치료 펩타이드 경구제 개발 국책과제 선정.’ ‘경구용 비만 치료제 두 번째 후보물질 특허출원 완료.’
지난달과 이달 쏟아져 나온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보도자료 제목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사들도 앞다퉈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공급 부족에도 연간 십수조 원을 벌어들이면서 비만 치료제가 ‘돈 되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2021년 국내 비만 치료제 관련 임상은 9건에서 2022~2024년 21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비만’이라는 키워드로 묶인 제약·바이오사들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7월 중순 1000원대였던 DXVX 주가는 두 달 만에 90% 가까이 올라 3180원을 기록했다. 패치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라파스는 7월 초 1만 280원에서 2만 650원까지 올랐다. 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펩트론, 노보노디스크의 또 다른 비만 치료제 삭센다를 국내 유통하는 블루엠텍 등도 급등락을 반복했다.
문제는 급격한 주가 상승이 단기적인 기대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의 특성상 연구개발(R&D)이 10년 이상인 데다 성공 확률이 낮은데도 투자자들이 비만 치료제 시장의 잠재력에만 기대 묻지 마 투자를 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제약·바이오사들은 이런 투자심리를 이용해 과도한 홍보나 희망적인 전망으로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 그러나 비만과 관련된 홍보 문구를 내세우는 많은 제약·바이오사들은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만주 활황을 보면 코로나19 관련주들이 떠오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많은 회사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앞세워 주가를 올렸지만 초기 임상시험을 완료한 곳은 일부에 불과했다. 당연히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단기 테마에 편승해 주가를 올리기보다는 우직하게 개발을 지속하며 투자자 신뢰를 얻는 제약·바이오사가 되기를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