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메모리 대기업인 일본 키옥시아 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가 10월로 예정했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2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관계자를 인용해 키옥시아가 최근 반도체 관련주들의 약세를 고려해 상장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현 상황에서 상장을 강행할 경우 자칫 공모가가 예상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한국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한 달간 약 20% 하락했고, 미국 엔비디아도 약 10% 빠졌다. 다만, 상장 방침은 유지해 11월 이후 조기 상장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고, 생성 AI 관련 수요가 키옥시아 제품에 호재가 될지 전망이 불투명한 점 등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키옥시아는 지난 8월 23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을 했고, 곧 승인될 예정이었다. 일정 연기와 관련해 키옥시아는 언론에 “적절한 시기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사히는 “키옥시아가 계속해서 ‘2024년도(2024년 4월 1일~2025년 3월 31일) 내 상장’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이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황 등을 주시하며 (상장 일정 전반을) 재검토할 방침인 것 같다”고 밝혔다. 당초 일정에 맞춰 목표 시가총액으로 상장할 경우 키옥시아는 올해 일본에서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가 될 전망이었다.
키옥시아는 2020년에도 상장 신청 후 일정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당시에는 미·중 마찰 심화로 사업 환경이 악화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후에는 메모리 불황으로 오랜 시간 실적 부진을 겪어 상장을 검토하지 못했다.
키옥시아는 이번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해 인공지능(AI)용 최첨단 메모리를 제조, 투자 경쟁에 대비한다는 계획이었다. 대규모 생산 설비가 경쟁력에 있어 중요한 요건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상장 계획은 키옥시아의 중장기적인 생존 전략이었다.
데이터 저장용 낸드플래시 메모리 세계 3위 업체인 키옥시아는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의 특수목적회사가 총 56%를 출자했으며 도시바도 41% 지분을 쥐고 있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반도체 부문과의 경영 통합을 추진했으나 키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가 반대하면서 이를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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