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향한 공습 강도를 연일 높이고 있는 이스라엘군(IDF)이 25일(현지 시간) “작전이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며 지상전을 예고했다. 앞서 이날 새벽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하자 지상전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중동 확전의 시발점이 될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오리 고딘 IDF 북부사령관은 이날 “레바논에서 ‘기동과 행동(maneuver and action)’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히며 지상 군사작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동과 행동은 IDF가 지상전을 지칭할 때 통용하는 단어다.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지상전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양측의 전면전을 우려하며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발사된 지대지미사일이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IDF는 중부 지역에 공습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방공호로 대피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를 가동해 미사일을 요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수도 텔아비브 인근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를 겨냥했다며 중단거리 ‘카데르-1’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대해 그동안 이스라엘의 공격과 최고사령관 암살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가자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가 접경지가 아닌 중부 지역을 겨냥한 첫 번째 공격이라는 점에서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사일 공격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뉴욕에서 진행 중인 유엔 총회 참석 일정을 연기하고 긴급 대응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레바논 공격을 논의하기 위해 보안기관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유엔 총회 연설은 외무부 장관이나 특사에게 위임될 수도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나흘째 이어갔다. IDF는 이날 공습 대상에 헤즈볼라 대원과 순항미사일, 미사일 발사대, 무기저장고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공습 과정에서 헤즈볼라 미사일·로켓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쿠바이시가 사망하기도 했다.
양측이 충돌한 지 일주일여 만에 전선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전역으로 확대된 만큼 전면전 위기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IDF 참모총장 헤르지 할레비 중장은 24일 연설에서 “헤즈볼라에 휴식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공격을 가속화하고 모든 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추가 공격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피해가 커지자 이란에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서방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최근 이란에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란은 현재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레바논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긴급회의에서는 양측의 분쟁을 중단시킬 외교적 해법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측을 설득할 중재안을 이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미국 등 서방국들은 지난 1년 가까이 이어진 가자전쟁 휴전 협상에서도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레임덕에 들어갔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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