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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뇌종양 잡는 ‘4세대 암치료기’ 국산화 가속도

■이기택 가천대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인터뷰

붕소·아미노산 주입 방사선 치료

교모세포종 극복 프로젝트 지휘

이르면 11월부터 임상 2상 돌입

세브란스 등 5곳과 본연구 나서


“일본에서는 자기네 기계를 사다가 연구하지, 뭐하러 고생스럽게 자체 개발을 하냐고 하더라고요. 왜 쉬운 길 대신 도전을 선택했냐고요? 전 세계가 동일한 출발선 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기택(오른쪽) 가천대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조정실에서 의료진과 교모세포종 환자의 붕소중성자포획치료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가천대 길병원




이기택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첨단 의료장비를 국산화해 임상에 적용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암 치료의 메카로 거듭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교수는 단 한번의 치료로 암세포를 완전히 사멸시키는 4세대 암 치료기기의 국산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2015년 11월 다원시스와 협약을 체결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A-BNCT)를 개발해 왔다. 올해 4월 임상 1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재발성 교모세포종에 대한 임상 2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 연구자 미팅을 거쳐 이르면 11월 초 길병원과 국립암센터,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의료기관 5곳에서 본 연구에 돌입한다. ‘시한부 암’이라고 불리는 교모세포종 극복에 한 발짝 다가간 것이다.



교모세포종은 악성 뇌종양 중에서도 예후가 나쁘다.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3~6개월 이내 사망하고 각종 치료법을 모두 동원해도 평균 생존기간이 12~14개월 남짓이다. 특히 재발한 경우 현재 표준치료인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을 처방 받아도 평균 생존율이 9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A-BNCT는 붕소와 아미노산을 결합한 화합물을 체내 주입한 다음 의료용 중성자 조사장치를 이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치료법이다. 붕소가 중성자와 만나면 핵분열 반응을 일으켜 폭발적 에너지를 낸다는 원리를 활용했다. 환자에게 붕소 약물을 주입하면 종양에 높은 농도로 집적되는데 중성자를 쪼여주면 암세포 핵의 DNA만 파괴된다. 일종의 ‘표적 방사선 치료’다. 수 차례 반복해야 하는 기존 방사선 치료와는 달리 단 한 번만 받으면 된다. 이 교수는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영향을 미치는 거리가 10마이크로미터(㎛) 이내다. 세포 하나 정도 범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변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기존 장비로 치료하기 힘든 작은 병변이나 경계 부위도 적용 가능해 이론상 완벽에 가까운 암 치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BNCT 치료는 2000년대 들어서야 관련 연구가 본 궤도에 올랐다. 원료에 해당하는 중성자 발생 장치가 소형화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일본 스미토모 중공업이 개발한 장비가 두경부암 치료용으로 허가를 받았고 초기 임상에 진입한 나라를 손에 꼽을 정도다. 길병원이 이끈 임상 1상에 참여했던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 6명 중 3명은 일상 생활을 하고 있다. 2022년 12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A-BNCT 치료를 받았던 39세 남성 환자는 특히 경과가 좋다. 표준치료의 평균 생존기간 대비 2배가 넘는 20개월째 생존해 있으면서 신경학적 이상 소견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 직장으로도 복귀했다. 지난 6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러한 임상 결과가 발표돼 호평을 받은 이후 이 교수에게는 사흘이 멀다하고 치료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메일이 온다. 길병원이 최근 다원메닥스와 치료 대안이 없는 해외 교모세포종 환자를 위해 인도적 차원의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데 힘쓰겠다는 업무 협약을 체결한 건 이런 수요와 무관치 않다. 전 세계 난치암 환자들이 한국으로 원정 치료를 받으러 올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교수는 “치료가 절실한 국내외 환자들에게 하루 빨리 좋은 치료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책임이 무겁다”며 “교모세포종 외에 두경부암, 악성뇌종양, 피부 흑색종 같은 난치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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