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임용을 제외당한 ‘시국사건 관련 교원 임용제외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26일 진실화해위는 24일 열린 제87차 위원회에서 “과거 진실화해위 관련 진실규명에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은 임용제외교원법에 의해 피해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시국사건 관련 교원 임용제외 사건은 1989년 전교조가 출범하면서 정부가 당시 교육개혁에 대해 의식화된 교사들을 교육 현장에서 차단하기 위해 국공립 사범대·교육대 졸업생들들 교원임용에서 제외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6월 제56차 위원회에서 임용제외 사건과 관련해 정규옥 씨 등 186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하고 피해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국회는 같은 해 12월 ‘시국사건 관련 임용제외 교원의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에 관한 특별법(임용제외교원법)’을 의결하고 올해 7월부터 시행했다. 이 법은 피해자들이 임용제외 후 교원으로 임용되기까지 근무경력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호봉·연금 등 불이익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2022년 12월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신청이 마감돼 이후 피해자들은 임용제외교원법에 따른 피해구제가 어렵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지난해 진실화해위 결정 이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며 100여 명의 교원들이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진실화해위는 “정부가 이미 수행하고 있는 피해회복 조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과 사안의 역사적 중요성, 진실규명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직권조사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까지 포함하면 진실화해위가 직권조사를 결정한 사건은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한국전쟁 전후 적대세력에 의한 기독교 등 종교인 학살사건’ ‘부산 영화숙·재생원 직권조사’ 등 총 7건이다.
한편 이날 진실화해위는 1987년 서울대 재학 중이던 김용권 씨가 카투사에 입대 후 근무하다 숨진 ‘김용권 군의문사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으로 결정했다.
김 씨는 1987년 2월 20일 카투사에서 근무 중 자대 내무반에서 목을 매어 변사체로 발견됐다. 김 씨의 모친은 이러한 죽음이 보안부대의 ‘프락치’ 활동 강요와 구타 등 가혹행위에 대한 공작, 죽음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기존 조사기관의 조사내용과 당시 보안부대 관계자들의 진술, 추가 확보한 보안사령부 자료, 가해자로 지목된 보안부대 상사 추 모 씨의 진술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김 씨의 사망이 ‘국가적 타살’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추 씨는 당시 보안사령부가 학생운동 수배자 검거를 지시하고 보안부대장이 ’데모학생 첩보’를 제출할 것을 훈시하자 김 씨를 호출해 불법감금 후 프락치 활동 강요와 구타 등의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추 씨는 이후 김 씨에게 경위서 14매를 제출받고 경위서에 기재된 명단을 학생운동권 지명수배자 명단과 대조했다. 보안사령부는 가혹행위가 김 씨의 사망 원인임을 인지했지만, 보안부대 연행 조사 사실과 가혹행위가 없는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해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
진실화해위는 “가혹행위는 학생운동에 적극적이었던 김 씨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신체적 고통을 주었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아 죽음을 선택하게 만든 국가적 타살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에 대해 ‘병역의 의무‘를 악용해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점에 대해 김 씨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불법적인 선도 업무 공작의 피해자들에게 정신·물질적인 피해에 대해 배상할 것, 명예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이밖에 ‘1984년 제주 보안부대에 의한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 ‘서울 희망소년원 인권침해 사건’ ‘3·15 의거 시위 참여 확인 사건’ 등도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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