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에서 난민 정책을 손보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 수가 2015년 이후 최대치로 치솟자 국가 부담이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난민 범죄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도 난민 정책 개선에 나선 이유로 평가된다. 유럽 주요국들이 국경 통제로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에게 점점 더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고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변화가 가장 큰 국가로 독일이 꼽힌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포용적인 난민 정책을 펼쳐온 곳으로 불렸지만 최근 몇 년간 수백만 명의 망명을 받아들이면서 복지 시스템과 지방정부의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유럽의 망명 신청자 수는 114만 명에 달한다. 시리아 내전으로 이민자가 몰려왔던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유럽연합망명청(EUA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망명 신청 건은 51만 3000건에 이르는데 이 중 24%가 독일로 몰려왔다.
이 과정에서 난민 범죄가 알려지자 이민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했고,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부상하면서 극우 정당이 세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달 시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가 한 지역 축제장에서 흉기 테러를 저질러 3명이 숨진 사건으로 포용적 난민 정책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커졌다. 이후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나치 독일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제1당이 됐다.
독일 정부는 6개월간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입국자를 검문하겠다고 밝혔다. 또 난민 신청 건 처리를 결정하는 동안 신청자를 구금하고 난민 복지 혜택을 줄이는 등 불법 이민 규제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나자 다른 국가들도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스웨덴은 자발적으로 귀국하는 난민에게 수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나섰고 벨기에는 난민 혜택을 줄였다. 네덜란드, 헝가리 등은 2026년 시행 예정인 새 이민·난민 협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국경 통제 조치는 EU 회원국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을 허용하는 솅겐조약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많다. 극우 세력을 견제하고 이민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라는 국내 여론을 감안한 조치지만 유럽 통합을 상징해온 솅겐조약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민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는 유럽의 인구학적 전망을 고려할 때 이민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2020~2023년 이민자로 유로존의 노동력이 증가하면 EU의 잠재적인 생산량을 2030년까지 0.5% 증가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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