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정신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입원’ 의뢰가 급증하는 가운데 의료대란까지 겹쳐 ‘뺑뺑이 현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정신의료기관 응급입원 의뢰 건수’에 따르면 올해 1~8월 응급입원 의뢰건수는 1만 2286건으로 같은 기간 1만 550건 기록한 전년에 비해 16% 증가했다.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집계한 의뢰건수인 1만 22건을 이미 돌파한 수치다.
의료대란과 맞물려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의 경우 병상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줄어든 병상 운영으로 매우 긴박한 응급 상황이 아닌 이상 입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병상 부족으로 인한 경찰의 ‘뺑뺑이 현상’은 여전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 3.8%를 기록한 응급입원 거부율은 의료대란 이후인 2~8월 평균 5.4%로 증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원 최대 48.6%(2월)에, 세종 최대 42.9%(8월) 등 비수도권 중심으로 급증한 양상을 보였다. 정신의료기관 인프라가 부족한 비수도권은 한 달에 최대 2명 중 1명 꼴로 응급입원을 거부당한 것이다.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자·타해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3일 내로 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입원 가능한 정신의료기관을 찾는 과정에서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여러 번 지적돼 왔다. 서울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은 “신체적 치료까지 필요한 경우 이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어렵다”며 “최근 오후 9시에 신고가 들어왔지만 신체적 치료가 필요한 병원까지 찾다 보니 이튿날 오전 6시에야 입원을 마친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기존 정신의료기관은 신체질환 응급처치가 곤란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내원환자 수는 783명에 달한다. 다만 올해 기준 전국 12개에 불과해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 의원은 “현재의 의료대란 장기화는 정신질환자 등 의료취약계층에게 가혹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확대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뿐 아니라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며 자립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동료상담 센터 등 지역에서 응급의료를 예방할 수 있는 자원들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