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중동 위기관리 문제가 미 대선 막판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미 해상 운송의 약 절반을 처리하는 동부 항만이 대규모 파업을 앞둬 경제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공동 운명체인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악재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2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일시 교전 중지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협상은 물거품이 된 분위기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폭격을 가하면서도 미국 정부와는 상의조차 하지 않은 데다 이란의 보복 공격을 막아달라고 사후 수습을 요구하는 등 바이든 정부를 대놓고 무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위기 앞에 무력한 바이든 정부의 모습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현 사태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중동 사태가 악화할수록 그의 외교정책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와 공화당 측은 그간 바이든 정부의 중동 외교가 강경하지 못했으며 결국 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최소 125억 달러(약 16조 4000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해왔다. 극렬한 반이스라엘 시위에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은 채 휴전안 타결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CNN방송은 “네타냐후와 이미 불화 관계인 바이든의 영향력이 역대 최저로 보이는 순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으며 워싱턴포스트(WP)도 “가까운 동맹국인 이스라엘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의문만 더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우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여기에다 미국 북동부 메인주에서 텍사스까지의 동부 항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 노조가 10월 1일부터 파업을 예고하면서 미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에도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파업을 막기 위해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고 있으나 대선을 앞두고 친노조 색채를 더욱 강화하는 바이든·해리스 정부 입장에서는 노조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이 2년 전 철도 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개입한 것처럼 이번 파업에 관여할 경우 경합주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해리스의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면서도 “장기간의 파업을 허용한다면 주요 가격이 인상되고 자동차나 크리스마스 장식의 수입을 지연시켜 소비자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혼란이 무엇이든 트럼프는 이를 활용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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