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최근 반이스라엘 무장동맹인 이른바 ‘저항의 축’을 상대로 잇따라 군사 작전을 강행한 것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적으로 생각하는 세력들에 공격 수위를 높여가는 ‘마이웨이’ 행보는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의 정점에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2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휴전 압박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이어가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까지 ‘제거’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동맹국들과 자신에 대한 비판론자들에게 맞서며 보기 드문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는 게 NYT의 해석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한 데 이어 이달 27일 나스랄라를 표적 공습했다. 미국 등이 헤즈볼라와 휴전을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원격 승인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미국 당국자들은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작전 전 미국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의 나흐만 샤이 전 재외동포 장관은 “비비(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별칭) 왕이 돌아왔다”며 “비비는 10개월 전과 비교하면 다른 사람이며 현재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고 NYT에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비비가 힘의 정점에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는 미국의 대처와 관련이 깊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 전쟁 초기 네타냐후 총리를 자제시키는 데 주저한 것이 이스라엘의 공습 강행을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휴전과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등을 요구했지만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공급해왔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유대계의 표심을 의식한 탓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이다.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를 지낸 알론 핀카스는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불만을 표출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미국을 계속 조종할 수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취약한 국내 정치적 입지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등도 네타냐후 총리 결단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핀카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10월 7일 (공격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레바논에서 뭔가 극적인 일을 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자신감이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헤즈볼라가 나스랄라 폭사로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추후 본격적인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장거리 미사일로 아직 대응하지 않고 있는 데다 이란 또한 헤즈볼라 지원을 선언했다. 이타마르 라비노비치 미국 주재 이스라엘 전 대사는 “모든 것이 변화의 순간에 있다”며 “오늘 좋아 보이는 것이 내일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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