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현재 한문으로 돼 있는 서울 경복궁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는 논의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9월 30일 밝혔다. 이후 논란이 재발 될 수 있지만 실제 추진이 쉽지 않음을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2024 한글주간’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광화문 현판 한글화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한글날(10월 9일) 쯤에 진전된 의견이 있기를 기대했는데 아직 특별한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 그때(5월)에 잠시 논의가 있었는데 지금은 크게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며 “(담당 부처인)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더해보고 짧은 시간에 해결이 안 나더라도 충분히 논의를 진전시켜서 한글 현판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글 현판 추진 의사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당분간 적극적인 논의를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곧 있으면 국회 국정감사고 또 체육계 관련 논란도 커지는 상황이다
유 장관은 광화문에 한글 현판이 필요한 이유로 이날도 ▲광화문 광장에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데 그 배경으로 보이는 광화문의 한문 현판이 어색하고 ▲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시 한문 현판이 이곳이 중국이라는 오해를 부르며 ▲이미 전세계적으로 한글을 배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한글의 중요성이 커진 것 등을 제시했다.
유 장관은 “충분히 이제는 그런 변화에 따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 장관은 지난 5월 경복궁에서 진행된 ‘세종대왕 나신 날’ 하례연 행사에서 돌연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광화문 현판이) 한글로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후 다시 한번 논의에 불을 지펴보겠다”고 언급하면서 본격 논의를 위한 터닝포인트 시로 특별히 한글날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당초 ‘한글 현판으로의 교체’ 주장을 내세운 한글 관련 단체의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특히 국가유산청의 반대도 굳세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고증과 복원의 원칙은 가장 마지막 있을 때의 원형으로 살리는 것”이라면서 조선 고종 때 중건된 경복궁 광화문에 맞게 복원한 현재 한문 현판 유지를 고수한 바 있다.
유 장관의 한글 현판 필요성 이유에 대해서는 일부에서는 ▲ 민주공화국 수도의 광장에 왕조시대 상징적인 인물(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것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고 ▲ 일본 등 동북아시아 모든 나라의 전통 현판은 한자라서 오해를 부를 일이 없으며 ▲ 글로벌 한글 확산과 전통 문화 유지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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