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남양유업이 오너 체제로 운영되던 시절 중국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수출 자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이 회계 분석 등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강제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는 회계 분석 요원을 파견받아 남양유업의 자금 흐름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회계 자료를 분석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중국 소재 에이전트인 A사를 통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측이 자금을 빼돌렸는지 여부다. A사는 채용 등 각종 사이트 공지 글에서 ‘남양유업의 중국 시장 총대리’라고 소개하고 있는 곳이다. 검찰은 남양유업이 2010년 설립된 A사를 통해 우유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홍 전 회장 측으로 흘러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A사는 물론 유사한 회사명을 쓰는 서울 소재 B사가 연루된 게 아닌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B사 역시 ‘남양유업의 중국 시장 에이전트’라고 알리고 있다. 검찰은 A사로 수출 대금이 오가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횡령이 발생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번에 큰 금액이 아닌 소규모 자금이 빼돌려졌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다만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홍 전 회장 등의 혐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오너 체제 시절 남양유업에 대해 잘 아는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은 A사를 통해 10여 년이 넘는 기간 우유 등 수출 대금 일부를 빼돌렸다고 알려졌다”며 “최대주주 변경 후 남양유업이 내부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범죄행위가 드러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남양유업은 지난달 2일 홍 전 회장과 전직 임직원 3명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혐의 금액은 지난해 연결 기준 자기자본의 2.97%에 해당하는 약 201억 원이다. 남양유업은 이와 별개로 배임 수재 혐의에 대해서도 고소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올 8월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또 같은 달 30일 이광범·이원구 전 남양유업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다만 고소장에 명시된 구체적 범죄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통상 기업의 임직원이 본인의 직위를 이용해 특정 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거나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도 배임 수재에 해당한다. 남양유업은 60년 오너 체제를 끝내고 올해 1월 말 최대주주가 한앤컴퍼니로 변경됐지만 양측의 법정 공방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영권 분쟁 이후 홍 전 회장은 올 5월 남양유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444억 원의 퇴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도 홍 전 회장 측으로부터 수백억 원대 미술품을 인도받기 위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문제가 된 작품은 로이 릭턴스타인의 ‘스틸 라이프 위드 램프(Still Life with Lamp, 1976년)’, 알렉산더 콜더의 ‘무제(Untitled, 1971년)’, 도널드 저드의 ‘무제(Untitled, 1989년)’ 등이다. 남양유업 측은 최근 국내 주요 회랑에 대한 업무 협조문을 통해 3개 작품에 대한 매매 주의를 요청했다. 과거 해당 미술품을 회사가 구매했으나 이후 홍 전 회장이 본인 명의로 이전했다는 게 남양유업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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