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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행학습 부추기는 AI 에듀테크…초등의대반 운영 학원과 제휴도

예비 초등생 AI 교과서 조기 학습 권유…‘1등’ ‘앞서가는’ 문구로 선행 압박

에듀테크·AI출판사, 사교육 단속에서 빠져…교육부, 12월부터 고강도 점검

9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에듀테크(교육기술) 기업과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DT) 출판사들이 정부의 사교육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틈을 타 인공지능(AI) 기술력을 앞세워 사교육 과열과 선행 학습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말부터 에듀테크 기업과 출판사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3일 서울경제신문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공동으로 사교육 업체의 광고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대표 교육·출판 기업인 A사는 홈페이지에서 내년부터 공교육에 AIDT가 도입되기 전 자사의 AI 학습 서비스를 미리 학습하라는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AI 디지털교과서 미리 적응하세요’라는 문구를 내걸고 예비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식 서포터스를 모집해 자사의 AI 학습기기 체험 후기를 작성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에듀테크 선도 기업인 B사의 경우 자사의 AI 학습기기가 교육부의 AI 교과서 프로토타입(시험판)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한 홍보 자료가 여러 블로그에 공유되고 있다. 해당 자료에는 ‘교육부의 AI 대시보드보다 더 정확한 월간 학습 서비스’라고 적혀 있다. A사와 B사는 교육부의 AI 교과서 사업 검정 심사를 받고 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런 광고 유형에 대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AI 교과서를 미리 학습해야 한다는 불안과 공교육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공교육 진출 예정인 기업들이 오히려 사교육 과열을 부추기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 업체인 C사가 운영하는 초등학생 대상 에듀테크 플랫폼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앞서가는 초등학생은 시작부터 1위, C사’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표현이 명확하지 않아 선행 학습 광고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사교육 유발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초등의대반’을 운영하는 학원과 제휴를 맺고 교육 콘텐츠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B사가 운영하는 ‘AI 전 과목 학습 콘텐츠 플랫폼’에서는 초등 고학년 학생들을 겨냥해 심화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대치동에서 초등의대반을 운영하고 있는 학원 3곳(D·E·F사)의 콘텐츠가 포함됐으며 이들 기업의 홈페이지도 링크로 연결돼 있다.



D사는 ‘자사고·특목고·의대를 준비하는 초등학생을 위한 최상위 수학’ 등의 커리큘럼 등을 제공하고 있다. E사는 매년 초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우리 아이, 노원구에서 의대 보내기’ ‘초등학생이 미리 준비하는 의대 가는 길’ 등의 설명회를 개최하고 초등의대준비반 커리큘럼을 소개해왔다. F사는 올 상반기 ‘의대의 꿈, 지금이 기회’라는 온라인 포스터를 활용해 초등의대전문반 개강 소식을 홍보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등의대반을 운영하는 학원들이 전국 프렌차이즈로 오프라인 파이를 키우고 온라인은 에듀테크 기업과 연계해 초등의대반 콘텐츠를 생성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B사는 “학생들의 수준별 맞춤 학습 및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서비스”라며 “직간접적으로 초등의대반 및 선행 학습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근 AI 맞춤형 교육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방식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전통 학원과 교습소만 모니터링하고 있다. 실제로 A·B·C사는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진행한 사교육 실태 점검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교육부는 학원으로 등록된 업체에 대해서만 사교육 점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듀테크 기업과 출판사들은 선행 학습을 유발하거나 과장된 광고를 하더라도 행정처분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최근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연말부터 에듀테크 기업과 출판사도 사교육 점검 대상에 포함해 허위·과장 광고 실태 점검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교육부 관계자는 “AIDT 개발사 검정 심사가 마무리되는 12월부터 에듀테크 기업들과 출판사들이 AIDT와 연계해 허위·과장하거나 사교육을 유발하는 광고를 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선행 학습에 대한 실질적인 벌점 부과나 시정명령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행 ‘공교육정상화법’은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만 할 뿐 위반 시 처벌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 의원과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최근 이른바 초등의대반 금지를 포함한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강 의원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과도한 사교육은 또 다른 모습의 ‘학대’로 볼 수 있다”며 “시도교육감의 지도 교육하에 과도한 부분을 막고 아이들의 온전한 교육권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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