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 EU)이 대중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서방의 중국 제품 소비는 크게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반해 중국은 지난 20년간 미국과 EU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나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를린 소재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는 2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는 EU와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 필요성은 기계와 전자장비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섬유와 가구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의존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MERICS의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확대하고, EU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강화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이 2022년 약 5000개 품목 중 532개 품목을 중국산 제품에 크게 의존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0년 대비 4배에 달하는 수치다. EU는 2022년 421개 품목을 중국산 제품 수입에 의존했는데 이는 2004년과 비교할 때 3배 수준에 이른다. 지난해 중국은 EU 27개 회원국의 최대 수입국이었고, 미국에는 멕시코에 이은 제2 수입국이었다.
반면 지난 24년 간 중국은 서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미국에 의존하는 제품 수를 116개에서 57개로, EU에 의존하는 제품 수는 235개에서 120개로 줄였다. 중국의 이들에 대한 의존도는 EU와 미국산 제품이 중국 수입품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2004년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연구소는 현재 중국은 철광석, 대두 같은 다른 지역 원자재나 식품 수입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선진국의 기술 집약 제품에 대한 필요를 줄이면서 의존의 비대칭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 하나의 외국 파트너에 제품 수입을 의존하는 위험은 정치적 의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대중 관세가 효율적이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 EU가 중국 제품 의존도에 대한 위험을 평가할 것을 조언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자얀트 메논 연구원은 중국 무역에 제재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임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전자·전기 기계 공급망은 관련 부품과 같은 내장된 공급망을 감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모든 핵심 산업에 내장된 공급망이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이를 제거하려 할 수 있지만 그러한 각 부품은 자체 공급망이 있고 중국이 그 일부”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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