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항만 노동조합이 3일(현지 시간) 파업 종료를 선언했다. 47년 만에 벌어진 파업 사태가 물류대란을 촉발해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노사가 임금 인상 수준 등에 잠정 합의하며 사흘 만에 일단락됐다.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항만 노동자 4만 5000명이 가입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이날 사측과 파업을 끝내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동해안과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의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이 재개된다.
이번 파업은 단체 협상 갱신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임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벌어졌다. 노조는 6년간 7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는 50%를 주장하면서 충돌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노조는 예고한 대로 1일 파업에 돌입했다. 동부 항만 파업은 1977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사측이 인상 폭을 62%로 조정하면서 협상에 진전이 이뤄졌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항만 노동자 평균 임금은 시간당 39달러에서 약 63달러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의 중재 노력이 사태 해결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조 바이든 행정부는 노조 편을 들며 항만 고용주들에게 합의를 확보하기 위해 제안 금액을 올리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당초 이번 파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항만 운영 차질로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겨우 안정세로 접어든 물가가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사측 제안보다 높은 62% 인상률로 합의를 이룬 만큼 물류 비용이 급등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파업 발생 3일 만에 사태가 마무리됨으로써 공급망 마비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는 평가다. 로이터는 “항만 파업으로 텍사스까지 컨테이너선 하역이 막혔고 바나나에서 자동차 부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부족해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면서 “양측이 합의를 보게 돼 반세기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업무 중단 사태를 끝내게 됐다”고 했다.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부두 자동화 등 세부 사안에 대한 협상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자로 만료된 단체협약을 내년 1월 15일까지 연장하고 사측과 일자리 보호 문제 등을 협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재개된 협상에서 항구 자동화 문제를 두고 양측이 갈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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